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하동 포구 80리 본문
전남 곡성 압록 유원지에서 섬진강을 끼고 달리는 하동까지의 국도는 전국의 드라이브길로 단연 으뜸이다.
봄이면 노란 산수유와 하얀 매화의 어울림이 지리산과 백운산 자락을 가득 채우고, 여름이면 도도하게 흐르는 물줄기에 진한 땀냄새가 진동하고, 가을이면 붉디붉은 영혼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섬진강을 보듬고, 겨울이면 거센 바람이 종일 노닐다가 사라진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내륙으로 들어오는 지리적 전략지인 탓에 섬진강은 슬픈 역사가 가득하다.
오랜만에 드라이브를 갔던 섬진강은 눈이 부실 정도의 하얀 모래벌을 내놓고 숨 죽이고 있었다.
햇볕을 받은 물줄기만 주름처럼 가는 빛살을 바꾸며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줄 뿐.....
강변을 따라 자리한 동송림의 그 고즈넉한 분위기와 일몰이 아름답다는 하동포구의 그림이 맞닿아 빚어내는 포구는 바닷물이 차지않아도 배를 띄울 수 있어 커다란 배보다는 작은 배가 훨씬 운치있고, 다정스럽다.
얼키설키 엮어진 그물이며, 만선을 기원하는 허름한 깃발의 흔들림이 다정한 주변의 배경이 된 듯 낯설지 않다. 건너편 백사장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고픈 여유가 목젖까지 차오르지만 물리적인 시간은 이를 허용하지 않으니......
서운하여 가만히 강물 소리를 들으면 재첩잡이를 하는 사람들의 노랫가락이 따라 나온다.
거칠면서 투박한, 밀물과 썰물의 교차에서 느껴지는 충만감과 허함, 그리고 바닷물과 강물이 섞여지는 그 냉랭한 호흡까지 느껴진다.
하동포구에 조성된 벤치에 앉아 지인과 잠깐 얘기를 나누었다.
어떤 대화를 했는지 기억이 희미한데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은 하동포구가 번잡하지 않아 고요한 사색을 즐기기에 좋았다는 것이다.
하동 포구에 자리한 동송림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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