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그리고 순천만
섬달천에서 지는 해를 보다
데조로
2006. 12. 11. 09:50
구부정한 할머니가 해안로를 따라 걸어간다. “옛날에는 갱물로 배추를 다 씻고 그랬는데…”할머니는 배추의 숨을 죽이기 위해 바닷물을 퍼 나른다고 한다. 바닷물은 소금을 섞어서 절임 배추의 염장용으로 사용한다. 달천의 푸른 보리밭길이 인상적이다. 푸릇푸릇한 보리는 해풍에 가냘픈 몸짓을 한다. 소시지를 닮은 갈색의 부들은 하얀 솜털을 바람에 날리고 있다. 옛날에는 부들 솜으로 누비옷을 만들어 겨울을 나기도 했다. 달천교를 건너면 섬달천 마을
바다건너 섬달천의 하늘에는 솜털구름이 떠간다. 달천교를 건넜다. 섬달천 마을 표지석 곁에 있는 녹슨 함석지붕의 방앗간은 멈춘 지 오래다. 섬달천 마을을 지날 즈음 붉은 해가 바다로 지고 있다. 마을 앞 바닷가에는 어구가 즐비하게 널려있다. 섬달천의 포장마차를 지나니 방파제다. 길가에는 굴 껍데기와 말라붙은 불가사리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해가 진다. 섬달천에 선홍빛 해가 진다. 파도는 방파제 돌담 아래서 울부짖고 있다. 섬달천에 해가 지면 파도는 슬픈 비명을 토해낸다. 섬달천에 지는 해는 아름답다. 섬달천의 노을은 아름답다. 해진 뒤 하늘의 색감을 보면 누구나 그 빛에 넋을 빼앗긴 채 그냥 멍하니 서있다. 파도는 몸부림을 치는데 하늘은 고요하다. 적막감이 감돈다.
사방에 어둠이 내리고, 저 멀리 고흥의 팔영산 부근 하늘까지 붉은 빛으로 뒤덮였다. 여객선이 선착장에 당도하자 순간 분주하다. 연인이 방파제에서 노을을 본다. 여자 친구와 이따금씩 이곳을 찾는다는 김상현(29)씨는 노을을 보면 기쁘다고 한다. 김씨의 여자 친구에게 노을을 본 느낌을 물었다. 그런 느낌을 잘 표현 못한다며 “그냥 좋아요” 수줍게 웃는다. “편안하잖아요” 김씨는 노을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한다. 노을지는 바닷가의 연인이 아름답다.
* 오마이뉴스에서 퍼 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