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방문에 즈음해서....
학교에선 가정방문을 하는 기간이다.
오전 수업만하고 담임들은 아이들을 찾아가기 위해 준비한 자료를 들고 총총히 사라진다.
도시에서는 가정방문이 많은 폐단이 있다하여 하지 않고 있으나 근무하고 있는 곳은 도농학교라 가정방문이 학생 지도에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에 여전히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내 어릴 적에 가정방문은 큰 스트레스였다.
어려운 가정형편도 자존심 강한 나로서는 공개하기 어려운 일이었고, 부모님은 항상 부재 중이었다.
선생님의 방문을 앉아서 기다리는 것은 어쩌면 사치였으리라.
가끔 친구들이 계란 꾸러미나 선물 등을 챙겨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에 무엇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
집안 곳곳을 둘러봐도 드릴 것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시골에서 선생님에게 드린 것은 고작 농산물이 대부분인, 지극히 보잘 것 없는 것이었으나 왜 그렇게 커 보였을까?
한번도 담임 선생님을 만나보지 못한 우리 부모님은 그것이 당신들에겐 부끄러움이 아니었고, 딸들이 제 역할을 다해주는 것에 늘 당당하셨다.
그런 아이가 커서 가정방문을 하게 되는 교사가 되어 아이들 집을 방문한다.
물론 희망자에 한해서(물론 꼭 가야할 것 같은 아이는 말하지 않아도 찾아감) 이뤄지고 있지만 참으로 불쌍한 아이들이 많다.
대부분 부모의 이혼이나 가족 해체로 오는 아이들이라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가정방문만큼 적합한 것이 없다.
혹자는 촌지를 바라거나 은근한 기대심리로 갈 수 있는 교사가 있을 것이라며 쓴소리를 해댈 수도 있지만 분명 그런 일은 없다.
나의 경험을 말한다면....
학부모가 무얼 준 경우도 없지만, 준다고 해도 선뜻 받아들고 올 나도 아니다.
모순된 학교 문화를 모두의 교사들에게 적용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좋은 날.
교사와 학부모가 아름다운 마음으로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