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야기방

사랑을 어떻게 나누어요?

데조로 2007. 6. 27. 11:33

기말고사(1학기 2차 지필고사)가 코 앞이고, 날씨가 더워선지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시들시들하다.

고된 노동 후의 사람들처럼 푹푹 쓰러지기도 하고

잠과 사투를 벌이며 연신 하품을 해대기도 하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멍하니 앉아있는 아이들이 많다.

때로는 내가 수업 테크닉이 부족해서 그런가하는 자괴감도 들지만

다른 교과목의 시간도 한결같으니....

 

 

며칠 전에 수업을 들어갔더니

평상시완 달리 "선생님! 00는 맨날 야동봐요.", "얘는 중독이에요" 라며 아우성이길래,

야동 본 사람을 조사해 보았더니 대부분 손을 든다.

 

야동을 보고 싶은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러나 그것을 너무 깊게 탐닉하거나 지속적으로 본다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없을거란 이야기를 하다가

대부분의 야동은 고의적으로 연출된 것이며, 타인들의 대리만족을 위해서

더 자극적이고 작위적으로 만들어진다며,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사랑을 나누지 않는다라고 했다.

 

한 여학생이 "선생님은 사랑을 어떻게 나누세요?"라며 당돌하게 묻는다.

난감했지만 답을 안 해줄 수도 없고, 무시할 수도 없어서

"글쎄,  사생활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는데... 너무 사적인 일이라 그런 질문은

안하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안 그래?"라고 했더니

"예"하며 그냥 웃고 만다.

요즘 아이들은 해야할 질문과 하지 않아야할 질문을 구분하지 못하고

생각나는대로 불쑥불쑥 뱉어낸다.

 

예전에 어떤 선생님이 본인의 일화를 비교적 담담히 이야기한 적 있었다.

사랑은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나눠야한다고 얘기했더니 "선생님은 혼전 순결을 지켰어요?"라고 학생이 질문하길래 "그럼"이라고 답했더니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선생님만 알뿐....."이라며

비아냥거려 속이 상했다는 동료의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서 쓴웃음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