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이 가슴에 쿵하고 내려앉았다.
보듬어줄 겨를도 없이 그냥 내게로 다가와 앉은 장 지글러의 책.
장 지글러는 스위스 출생으로 교수, 학자이며, 유엔기구에서 아동 구호와 식량 문제에 관련된 일을 하고, 대책을 세우는 활동가이다.
그가 현장에서 체험한 것을 아들 카림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중동 지역 등의 생생한 저널처럼 느껴진다.
문명과 기술이 발달되면 당연히 삶의 질이 변화되는데, 그것이 편중된다는 모순을 갖고 있다.
"모든 사람은 음식을 포함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라고 세계인권선언문에 기록되어 있으나 사문서가 된지 이미 오래다.
세계는 지금 철저히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갇혀있다.
기아도 누적되어 온 문제가 크지만 그 이데올로기의 근저가 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굶주림?
소말리아나 북한 체제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배경이다.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할 것 없이 처절하게 고통받는 사람들은 가난한 자들이다.
특히 면역력이 채 형성되지 않는 어린이들의 절규는 툭 튀어나온 뼈 마디마디가 온 몸의 에너지를 소진하여 외치는 힘줄같다.
기아를 무기로 삼아 국민들을 폭력적으로 복종시키는 나라, 자연재해와 전쟁강대국의 문어발식 내전 지원, 종주국이 식민지를 자국에 필요한 산물만을 재배하게 하는 단일 경작의 강요(프랑스가 세네갈에 땅콩의 단일경작을 강요), 부패한 정권을 지원하여 끊임없이 이익을 창출하려는 자본국의 침략, 자신들의 호화스런 사치를 위해 불쌍한 국민을 저당잡히며 사는 정부의 관료와 지배자들, 그리고 그 아래서 끊임없이 억압과 노동, 굶주림을 반복하고 있는 약자들......
어쩌면 지구촌의 가장 적나라한 치부는 아닐지.....
막스 베버는 "富란 일하는 사람들이 산출한 가치가 이어진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모든 경제를 자유로운 세계시장에 맡기면 진정으로 공평한 사회가 실현된다는 신자유주의와 베버의 이야기는 넌센스며, 부(자본)는 철저히 게임의 원칙이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굶주림을 타파하기 위해 몇몇 나라는 끊임없이 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매번 벽에 부딪히고 마는 슬픈 현실은 의외로 아주 가까이서 찾을 수 있다.
칠레의 아옌더나 인구 1000만명의 부르키나파소의 상카라의 개혁을 외국 자본은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하루에 0.5L를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고자해도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의 반대로 무산되고, 결국 미국 CIA와 결탁한 군인들에 의해 아옌더는 살해되고, 아프리카에 희망의 메세지를 준 상카라도 부패정치를 하고 있는 이웃 나라들의 충격과 외국세력(프랑스)의 조종을 받은 자국 군부에 의해 살해되고 만다.
39세 8개월만에 생을 마감한 체 게바라나 38세로 생을 마감한 상카라처럼 한 시대를 이끄는 혁명가들의 삶은 굵지만 짧았다. 미처 그들의 사상이나 철학 등을 펼쳐볼 기회를 박탈당한 역사를 보면서 피가 곧 눈물이며 서민들의 의지란 것도 절절하게 느껴야하는 현실.....
앞으로의 세계경제는 인간이 최소한의 생활은 할 수 있도록 식생활이 확보되어야한다는 명제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지구촌이 복지사회로 발달되어간다하여도 먹거리를 전제로 전쟁이 일어나거나 무역이 진행된다면 결코 인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인류의 먹거리 해결을 위해서 장 지글러는 몇 가지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사회적 효용성을 검토한 후 인도적 지원을 하고, 원조보다는 개혁을 우선시하여 그들이 자본, 도로, 적당한 종자, 농경 전문지식 등의 미흡을 벗어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정비하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그러나 그것은 국제적인 차원일뿐 우리 개개인은 이웃을 사랑하고, 나눌 줄 아는 박애의 정신을 가져야하며, 자본주의 사회가 갖고 있는 불합리성, 신자유주의의 폐해 등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국제적으로는 2005년 세계 빈곤 퇴치를 위해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는 white Band Day 행사를 범국민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강제하거나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할 것이다.
아직도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많다.
그들의 영혼이 외롭지 않도록 오늘은 짧은 기도라도 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