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디바 그녀를 만나다....
오후 3시에 집을 나섰다.
꿀꿀한 기분을 달래려 순천만을 휘돌아 짱뚱어탕에 차 한잔(?)을 나누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 알 수 없는 마음의 근원이 무엇인지.......
가을바람이 가득한 들녘은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창문을 열고 긴 호흡으로 가을을 받아들인다.
달콤함이 뼛속까지 파고들어 내 몸안의 것들이 반응을 한다.
그래, 다시 시작하자.......
7시에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하는 이은미 콘서트에 갔다.
S석이지만 정 중앙이 아니어서 그녀의 모든 것에 흡입되기는 다소 무리였지만 그녀는 역시 달랐다.
1966년생인 이은미
신촌블루스 객원 보컬로 시작해 올해로 20주년이 된다는데 그녀의 폭발적인 가창력은 어디서 나온걸까?
가녀린 몸에서 뽑아내는 그 파워풀한 무대 장악력은 콘서트 내내 카리스마를 작렬시켰다.
순천 사람들이 너무 점잖게 공연을 감상한다는 핀잔을 여러 번 들은 후에야 필을 받아 한사람 한사람 들썩이며 마음 속의 무언가를 꺼내는 관객들.
드디어 아바의 노래를 부를 때는 모두 일어서서 야광봉을 흔들며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자신의 음악에 큰 족적을 남긴 김광석의 노래를 하면서는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던 디바.
그녀는 역시나 오늘도 맨발이었다...
블랙과 화이트 의상으로 자신의 분위기를 업시킨 그녀는 진정한 음악가였다.
맨발의 디바, 가요계의 잔다르크, 라이브의 여왕 등 수많은 미사여구로 그녀를 말하지만 가수란 노래로 승부해야 한다는 그녀의 철학은 후배 가수들이 또는 가수를 꿈꾸는 이들이 마음 깊이 새겨야할 모토가 된 지 오래다.
소리 위를 걷는 그녀는 어떤 마음일까?
열정이 많은 가슴을 스스로 내보일 수 있는 그녀가 나는 참으로 부러웠다.
그녀의 철학이 맘에 들고, 노래 잘하는 그녀가 멋있고, 관객의 반응을 읽을 수 있는 그녀의 센스가 멋있는 밤.
2시간 40여분의 공연이 끝난 뒤 [애인이 있어요] CD를 사서 그녀를 기다렸다.
모두 떠나간 공연장 밖에서.
화장을 지운채 모자를 쓰고 나온 그녀를 쉽게 알아보지 못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머리가 감춰진 모습은 생경스럽기까지 했다.
싸인이 특이해서 한번 올려본다.
그 동안 노래 잘하고 개성있는 가수들 공연에서 느끼지 못했던..... 특이한 매력을 뽑아내던 그녀의 콘서트를 온 몸으로 느꼈으니 기분좋게 월요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3시에 나가서 밤 10시 30분에 귀가하니 혼자서도 잘논다고 핀잔하는 식구들.
그래도 난 오늘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