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골풍경을 그대로 담아낸 미술관을 찾아서.....
나른한 봄날이다.
봄날은 봄날이로되 그 봄날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고, 마음에 조바심만 일어서 지인을 앞세워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내게 가장 바쁜 3월이기도 하고, 싱숭생숭한 마음에 주사라도 한 방 놓을 양 무작정 떠난 길.
지금은 섬진강변이 제격이나 휴일과 꽃잔치가 함께 있는 날이라 북적북적한 그곳을 피해 보성쪽으로 go go.
바람은 여전히 차가우나 봄 햇살을 가득 담은 자연은 그들만의 풍요로운 날개짓에 여념이 없었다.
잔잔한 호수도 온 몸을 그대로 내어주고 있고, 수줍게 얼굴을 내민 목련과 연분홍빛 진달래도 지천이다.
금방 누군가의 손길을 타면 고운 자태로 아름다운 연가를 불러줄 듯한 기세.
아!
그동안 내가 얼마나 건조하게 살아왔는지를 절절하게 느껴야하는 슬픈 .......
보성 CC에 있는 우종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였다.
물론 수목원이 잘 조성되어 있는 그곳에서 내려다본 풍광은 절대적인 지존의 풍경이었지만. 가는 길도 도란도란 얘기나누며 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스포츠와 어우러진 우종미술관(광장 우영인)은 총 3층의 규모였는데 1층과 2층은 때때로 변화된 전시공간이고, 3층은 고가구와 생활용품이 상설로 전시된 공간이었다.
마침 1, 2층에서는 패랭이꽃, 할미꽃, 산수유, 동백, 나리꽃 등의 봄꽃이 향연 중이었고,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어서 더없이 좋았다. 1층의 서양화와 2층의 동양화가 잘 어우러져서 묘한 매력을 갖고 있던 미술관.
시골 구석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허락된 것에 감사한 마음마저 갖게 만들었던 미술관 나들이였다.
[당근과 채찍]이라는 작품이 로비에 있었다. 작가는 어떤 의도로 만든 것일까?
가만히 보고 있으니 산수유의 노란 꽃 무더기가 우수수 떨어지며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통통하게 그려진 목불의 [미인도]다. 이 봄날 미인이 되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어 훔쳐왔다.
3층에 전시된 것 중에서 눈길을 끄는 각종 함. 저런 함 하나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뿌듯할 듯.....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우종미술관에 다녀온 기념으로......
출출한 육신을 달래기 위해 점심도 저녁도 아닌 식사를 하였다.
허름한 선술집.
선거를 앞둔 예비후보의 행사가 있었는지 즐비한 화분과 촌로들의 이야기가 꽃피는 조성역 앞에서
낙지를 맛있게 한다는 식당으로 들어갔더니 담배연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득량만에서만 잡은 세발낙지를 식재료로 쓴다는 말에 한쪽 귀퉁이를 잡고 맛있게 먹고 왔으니........
이 좋은 날에 나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준 지인이 있어 행복 가득한 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