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케치

한여름 연꽃과 연애하다.

데조로 2010. 8. 2. 00:44

비가 올 태세인 하늘을 보고 무안행을 서둘렀다.

순천에서 무안까지는 3시간여를 소비해야하기 때문에 쉬이 다녀오지 못한 곳.

더구나 여름에 피는 연꽃을 보기위해 더위와 사투를 벌여야하는 과정이 복잡하여 늘 그리워만 했던 곳이 바로 무안 백련지다.

물론 연꽃이 만발하지 아니한 때 부여 궁남지에서 많은 연을 접하기는 했지만 풍성한 자태를 뽐내며 여름을 사수하고 있을 연꽃을 생각하니 덥지 않은 날, 비가 오면 더 좋은 날에 가보리라 마음먹은 곳이다.

뾰로퉁한 마음을 뒤로한 채 내 욕구에만 젖어 일행들을 무작정 끌고(?) 갔다.

그러나 순천을 벗어나 광주에 인접하니 햇볕은 7월의 마지막날을 사정없이 강타하고 있었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도 더웠으니 그곳에 도착하면 얼마나 더울지 상상이 간다.

 

              

 

허기부터 채울 요량으로 주변을 샅샅이 뒤져도 1년 내내 성황을 이룬 곳이 아닌 계절 장사라 식당을 쉬이 찾아보기 어려울뿐더라 식당도 허름하여 당기지 않는 음식점 몇군데만 초라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연잎전으로 그 지역의 음식맛을 느낀 후 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룡리 83번지인 백련지에 도착했다.

둘레가 3km, 면적이 약 33만㎡로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인 그곳은 원래 일제 강점기 때 복룡지라는 저수지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곳이었으나 1981년 영산강 하구둑이 완공되면서 저수지의 기능을 잃었는데 주민들이 심은 12주의 연이 지금처럼 장관을 이루어 관광지가 된 곳이다.
꽃과 열매가 동시에 자리를 잡기 때문에 화과동시(花果同時)라 불리는 연꽃은 일시에 피지 않고,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씨주머니 속에 많은 씨앗을 담고 있어 풍요와 다산을 상징한 탓에 종교적인 면 못지않게 그림이나 건축물, 의복, 자수 등에 많이 애용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연꽃을 아름답고 청초하게 생각토록 한 것은 하얀 속살같은 꽃과 이슬을 머금은 연잎이다.

그리하여 흐린 날이나 비오는 날을 택해서 가려고 한 것이었는데...... 애닯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