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올 수 있을까?(5.18추모관에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이 노래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으로 활동하다 사망한 윤상원을 기린 노래로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에서 가사를 따와 광주지역 문화운동가인 김종률이 작곡한 노래다.
윤상원과 함께 들불야학을 운영했던 박기순은 1978년 연탄가스 중독으로사망했는데 윤상원과 박기순은 연인사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가 황석영씨와 광주지역 운동권 인사들은 1982년 두 사람의 영혼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 넋풀이에서 '두 남녀의 영혼이 부른 노래'다. 지금은 투쟁의 현장에서 의식의 노래로 불러지고 있지만 가만히 가사를 음미해보면 가슴에 뜨거운 것이 염치도 없이 용솟음친다.
목숨바친 그들의 땀과 영혼이 자리한 태극기
실제로 발굴된 시신을 5.18추모관에 그대로 재현해두고 있었다.
거기, 그리운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다.
5.18 추모관을 돌아나오면 산을 에둘러 찔레꽃이 즐비하게 피어있다.
최근 신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부산저축은행 제2대주주 박형선이 바로 들불야학을 운영한 박기순의 친 오빠다.
노무현 정권이 자리잡도록 호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박형선은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운동권 출신이라 이번 사건으로 구속되자마자 호남 운동권 명가의 몰락이라고 매스컴은 연신 떠들썩이다. 더구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 집안이니 운동권에서 앞으로 이 노래를 떳떳하게 부르지 못할 것이라고 반 협박적이다.
물은 한 쪽으로만 흐른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오롯이 한 곳으로만 흐르지 못하고 자주 곁길을 낸다.
그 곁길에 어떤 것이 있는지도 모른채.
안타까운 일이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 조차 왜곡되게 만들어버리는 언론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현충일 아침에 신문을 보다가 블로그 내용을 첨삭하고나니 오만가지 감정이 북받쳐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