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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같아라
데조로
2012. 7. 23. 07:58
방학을 하고 맞는 첫 주말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수다를 떠는 즐거움을 가졌다.
근사한 식당에 들러 고급 음식을 먹고, 우아하게(?) 담소를 나누다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충격적인 일은 어렸을 때의 기억은 중간중간만 재생이 되고, 비교적 가까운 대학교 때의 기억은 부분적인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점이다.
잠시 사귀었던 아이의 이름도, 가교 역할을 했다는데 친구와 그녀의 남친 이야기는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기억력 좋은 친구는 연신 그때의 일을 퍼올리는데 나는 왜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 것일까?
들어보면 내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이 분명한데, 아무리 재생하려고 노력해도 깜깜한 기억이다.
더구나 내가 잠시 사귀었다는 아이의 이름도 친구들이 들려준다.
듣고나니 이름이 가물가물 생각나기도 하고.......
나의 뇌는 왜 이 모양일까?
사실, 몇 년 전부터 걱정이 되긴 했다.
동창 모임에 나가면 친구들은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낸다.
그러나 나는 기억나지 않아서 미소만 살짝 지을뿐 맞장구칠 언어가 생각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았으니......
꽤 똑똑하다고 알려진 내게 이런 텅빈 기억이 있다는 것을 알면 아이들은 뭐라고 얘기할까?
집에 와서는 기분이 너무 찜찜하다.
술에 취해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것처럼 우울하다.
지금의 일상들도 몇 년이 지나면 또 깡그리 잊어버리게 될까봐 덜컥 겁이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