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방
첫 해의 시작을 뜻하지 않은 재능기부로
데조로
2014. 1. 16. 13:51
연말에 0000 재단에서 원고를 두 박스 배달해왔다.
초, 중학생들이 나눔과 봉사, 배려의 마음을 수필로 쓴 작품들로 A4 용지와 원고지로 그 양은 방대하였다.
2013년 12월 30일, 31일, 2014년 1월 2일까지 나주 과학교육원에서 연수가 있어서 새해가 되어서야 꺼내보고는 충격이었다.
사실 12월 27일, 1학기 교육과정을 총망라한 축제의 책임자로서 일을 하고, 수업도 당겨서 미리 하고, 방학도 하기 전에 연수에 들어가다보니 이미 심신의 컨디션은 엉망이었는데 원고 뭉치를 보니 한 숨이 절로 나왔다.
재능기부라 연초부터 누구에게 지원해 달라고 할 수도 없어 570편을 혼자 끙끙거리며 이틀간 심사를 하고나니 마음이 많이 불편하였다.
심사를 하고나서 담당자에게 정중하게 이야기하였다.
마음 불편한 것도 사실이고, 그 많은 분량을 모두 재능기부로 해달라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냐고.
내년부터는 재능기부 못해준다고 하고 나니 찝찝한 기분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좋은 일이니 마음 곱게 먹고 해주었으면 좋으련만.......
담당자는 늦게 계좌번호를 보내달라고 한다. 심사비를 주겠노라고.
그러나 거절하였다.
연말, 연초에 개인적인 일이 풀리지 않아 상심해 있는데 앓으면서까지 심사를 하고 나니 기분좋게 재능기부가 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마음 속에 선한 감정보다는 그 반대의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아 일을 해놓고도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