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배우자는 어떤 빛깔일까?
조금 널럴하게 보내는 지금의 방학.
집에서 아주 편하게 영화를 다운받아 즐기는 여유를 가져본다.
오늘은 [내 아내의 모든 것]이란 영화와 같이했다.
건축과 요리 연구 지망생이 일본에서 만나 뜨거운 연애를 한다.
결혼하여 아내에게 지쳐갈 무렵 이혼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카사노바를 선물하는 남편.
독설가 임수정, 건축가 남편 이선균, 그리고 카사노바 류승룡.
참으로 배역 선택을 잘한 것 같다.
사랑하면서 낯선 것이 익숙해져 가고, 그 익숙함이 편안해질 때 많은 사람들은 다른 꿈을 꾼다.
잔소리가 사랑의 자장가로 들리는 것은 유효기간이 있는 것일까?
외동으로 살아서 늘 외로움을 일상으로 갖고 있는 아내가 희망하는 가정, 그리고 배려보다는 돌직구를 날려서 마음을 표현하는 아내를 언제까지 보듬고 살 것인가하는 절망에 사로잡힌 남편의 해방구가 맞물려 진행되는 영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카사노바를 만나면서 남편에게서 충족되지 못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서로에게 빠져들고 마는 인연.
카사노바도 연정인의 사랑스런 것들에 반해 세포가 눈을 뜨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관음증 환자처럼 아내와 카사노바의 만남을 지켜보며 아내에게 향했던 마음이 얼마나 깊고 귀한 감정이었는지를 깨닫지만 너무 긴 강을 건너온 안타까운 사람들.
어지러운 세상을 향해 침묵하지 않고, 껄끄러운 부분들을 들춰내어 고발하는 연정인이 개인적으로 나는 많이 사랑스러웠고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정말 "안녕하고 계십니까?"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우연찮게 본 영화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깊게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졌을뿐더러 사회 개혁이라는 거창한 것은 아니드래도 불의에 조금이라도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시민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혼 법정에 등장하지 않은 그 부부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