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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 수선화 축제에 가다

데조로 2025. 4. 6. 17:47

우리들에게 4월은 희망과 거리가 멀다.
그래서 꿈을 꾸거나 설렘을 크게 느껴보지 못한 것 같다.
특히 국내 정치의 회오리바람때문에 스트레스와 조급함 그리고 수면장애도 따라왔다.
이런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25년 넘게 이어져온 직장동료에게서 1박 2일(4월 3~4일) 신안여행을 제안받았다.
물론 7명 부부동반으로 국내외 여행을 꾸준히 다닌 팀이지만 퇴임을 한 4명의 여인들만 떠나는~~~~.

압해도에서 1박을 하고 선도 수선화축제로 향하는 여행.
연륙된 압해도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압해중학교는 내 첫 부임지라 감회가 새로웠다.
목포 북항에서 허름한  배를 타고 들어가 버스로 비포장도로를 달려 관사로 행했던, 참 시린 곳이었다.
특히 전교조가 태동했던 시기였고 그 가운데서 꿈틀거리던 나는 관리자로부터 핍박을 많이 받았던  곳이었다. 결국 유배지 장산중학교로 보내지기도 했지만. 하여 그냥 지나칠수없어  멤버들이랑 교정을 둘러보았다.
세상에나!
압해중학교에 근무중이라는 김*정이라는 제자가 나를 알아봤다. 이런 우연이라니. 30년을 훌쩍 지나 선생과 제자가 같이 늙어가고 있었다.
제자에게 나는 어떻게 각인되어 있을까?
부끄러움은 고스란히 나의 몫이었다.

저녁내내 술이 곁들여진 맛있는 수다가 이어졌다.
다음날, 오전 10시 가룡항에서 배를 타고 약35분만에 선도에 도착했다.
노란 수선화와 노란 지붕이 어우러져 황홀한 풍경을 엮어냈다.
온갖 포즈로 수선화물결에 동행하며 식당에 자리를 잡고 윤석열 탄핵선고 방송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8:0으로 탄핵이 선고되자 서로 붙들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며 불끈 주먹을 쥐어 보이다가 이내 춤사위로 이어졌다. 한참을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있던 우리는 절대 잊을수 없는 여행을 가슴에 서서히 들여놨다.
마음이 환하니 선도 수선화는 온통 승리의 깃발처럼 다가왔고 사람들의 몸짓은 거대한 메시지로 웅웅거렸다.
순천으로 오는 길.
누구랄것도 없이 참을수없는 기쁨에 입꼬리가 올라갔고, 도열한 벚꽃의 분홍 홀림에 푹푹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