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사의 가을 풍경
주말의 엄청난 몸살을 피해 가을 나들이를 갔다.
동행한 사람들은 담양 금성산성에서 강천산으로 등산을 하는데, 나는 몸이 회복되지 않아서 강천사만 다녀와야 했다.
오르지 못한 설움을 샅샅이 훑어보는 것으로 대신해야 겠다는 각오로 들어선 강천사.
[인터넷에 소개된 강천사의 가을 모습]
전북 순창군 팔덕면 청계리에 자리한 강천사는 신라 진성여왕 원년(887년)에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되었으나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다가 복원된 사찰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순창으로 들어가기 전 담양의 가로수인 메타세콰이어의 쭉쭉 뻗은 아름다운 자태는 강천사 가는 길을 늘 즐겁게 해준다.
해마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과 가까워 자주 가는 강천사는 화려하지 않지만 주변의 경관과 잘 어우러져 사람들을 유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초입부터 벌건 물감을 뿌려놓은 듯 애기단풍이 눈 부셨다.
화려한 치장을 두른 가을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을 무렵 병풍폭포가 앞길을 막으며 거대한 물줄기를 쏟아냈다.
그곳을 지나면 죄가 씻기어진다는 전설을 들은 나는 무작정 그 앞을 서성이었다.
그러나 마음 언저리에 슬픈 강으로 흐르는 말할 수 없는 것까지 어떻게 다 털어낼 수 있을까?
여느 때와 달리 단풍은 제 색깔을 많이 잃고 있었다.
일교차가 큰 탓일까?
서리를 맞은 듯 건조한 몸짓을 보인 것이 많았지만 예쁜 것을 골라서 한 컷했다.
나도 저렇게 정열적으로 붉어질 수 있다면......
인공적으로 만들어지기는 했으나 가을 단풍과 매치되어 제법 신비스런 풍광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물줄기를 맞으면 죄가 씻기어진다는 전설이 있어서 누구든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물줄기로 씻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 번쯤.......
강천사를 절반 쯤 남겨두었을까?
작은 물고기 조차 보이는 맑은 물에 퇴적층이 쌓여서 가을의 유산물이 군락을 이뤄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고 있었다.
물 속에 발 담그고, 도란도란 가을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연출하고 싶은....
강천사를 지나 구름다리를 오르는 샛길은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오를 수 있는 데이트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듯 했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가을 속으로 떠나고픈 이 충동.....
구름다리를 오르면서 두려움에 쿵광거리던 가슴.....
두손으로 난간을 부여잡고 떨면서 올랐지만 되돌아오는 길은 여유롭게 아래로 펼쳐지는 자연을 감상하며 내려올 수 있었다.
강천사를 내려오면서 더덕 동동주와 도토리묵, 파전, 매운탕으로 저녁을 갈무리하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배경이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을 행복으로 느끼면서 먹는 그 알싸한 맛.
역시 전라도의 먹거리는 단연 으뜸이었다.
내년에는 기어이 이 코스대로 밟아 오늘의 앙갚음을 해주리라.
아니, 몸이 회복되는대로 어느 산이건 종주하여 이 슬픔을 잠재우리라.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오늘은 달콤한 꿈나라 여행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