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의 여유
쑥을 캐는 봄처녀
데조로
2006. 4. 3. 14:12
전형적인 봄 하늘이 드리워진 어제.
이곳 남녘은 여전히 꽃잔치로 무성하다.
산수유꽃과 매화가 지고나니 강변마다 벚꽃의 찬란한 자태에 바람따라 내리는 하얀 꽃비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특히 영화촬영이 진행되고 있어선지 섬진강변은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다.
그래도 그 몸살기를 얻고나면 아직 남아있는 생채기가 가실 것 같아 친구와 떠난 드라이브.
봄 들녘은 말 그대로 초목의 연두색 향연으로 가득하다.
잡풀을 들추어내면 '나, 여기 있어요'라며 소리하는 생명.
오랜만에 쑥을 캤다.
어릴 적 쑥 버무리며, 쑥 떡, 그리고 구수한 쑥국을 생각하며....
주마등처럼 지나간 추억이 쑥을 캐는 내내 행복한 미소를 짓게 했다.
집으로 돌아와 사다 놓은 굴에 쑥을 넣고 쑥 된장국을 끓였다.
아!
얼마만에 느껴본 토속적인 맛이던가?
그 옛날 엄마가 쑥을 보자기에 가득 묶어 들어서던 기억이며, 그 쑥을 깨끗하게 다듬어 쪄냈다가 말려서 보관해둔 기억이며, 친구들과 함께 언덕배기를 돌고돌아 수다 따먹기하던 기억 등......
그리움이 거센 물살처럼 쏟아져 내린다.
무심코 캤던 쑥으로 인해 오후, 아니 저녁내내 가슴 따뜻한 추억을 보듬고 행복해 했으니...
추억은 아름다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