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야기방

아이의 고민에 할 말을 잃었다.

데조로 2006. 6. 28. 11:17

 

 

내 딸은 감성이 참 풍부한 초등학교 5학년의 아이다.

남들은 엄마를 닮아서 그런다고 하지만

큰 애와 너무도 다른 그 아이를 들여다보면 타고난 것 같기도 하고....

 

공부에는 취미(?)가 없으나

악기며 그림 등에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는 아이는

기분이 좋으면 시도 쓰고, 엄마 아빠의 초상화도 그리고, 

거울을 보며 온갖 춤을 완벽하게(?) 춘다.

 

공부 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그 아이에게

시험이 다가온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어제, 공부할테니 문제집을 사달라고 졸랐다.

사줘야 마땅하지만 지금 있는 문제집도 다 풀지 못한 상황이라

아빠가 브레이크를 걸며 비아냥(?)거렸다.

평상시 두 사람은 장난을 자주 주고받던 관계라 나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아빠가 잠시 외출한 사이에 아이는 서럽게 울었다.

그러면서 "내가 이러니까 살기 싫어. 죽고 싶다니까~~"라며 절규한다.

아이를 달래놓고, 왜, 그런 생각을 했냐고 물으니

"요즘엔 내가 왜 태어나서 엄마 아빠를 힘들게 하는지....

오빠는 사랑을 받은데 나는 공부를 못해서 타박만 받고....

어렵게 한 이야기를 부모님은 가볍게 들어주고...." 

 

사실, 공부를 잘한 큰 아이의 중학교 성적이 욕심만큼 되어 주지 않아 

큰 아이의 기말고사 대비를 위한 학습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공부하기 싫어하는 딸에겐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는 명분하에

거의 방관하고 있었으니.......

그것이 그 아이에게 슬픔이었나 보다.

아이를 안고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에구, 이렇게 못난 엄마를 만나 우리 딸이 받았을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저리고 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