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케치

모래가 우는 완도 명사십리

데조로 2006. 7. 24. 23:33

완도로 가는 길은 장마의 끄트머리로 흐린 물기를 가득 품고 있었다.

봉고와 승용차로 나눠타고 가는 길은 바깥 공기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입담좋은 사람들의 場이 되었고,

수다와 농담따먹기를 하면서 완도읍에 도착한 일행은 수산물 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회)을 사서 얼마전에 개통한 신지대교를 건넜다.

 

 

비 내리는 명사십리 해변은 고즈넉했다.

평일이라 한산한 바다는 온 몸을 비에게 내주고 조용히 침묵하고 있었다.

어렵사리 얻은 민박집에 짐을 풀었으나 계속되는 장마로 인해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온갖 방향제를 뿌려놓고, 마당에 자리한 와상에서의 밤은 싱싱한 횟감과 바다때문인지 저녁내내 언어의 유희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해변으로 나와 배구도 하고, 모래 싸움도 하고, 기타 치며 노래도 부르고.....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 둘 취침을 구한 사람도 있고, 밤을 꼬박 새는 사람도 있으니.....

확연히 나이 차이가 두드러지게 배열되고 있었다.

 

나는 아침 5시경에 일어나 조용히 채비를 하여 명사십리 해변을 산책하였다.

젤리슈즈를 신고 펄쩍거리며 뛰기도 하고, 해변 한 구석을 가득 채우고 있는 조개 무더기가 너무 예뻐서 한참을 머물기도 하며....

 

 

명사십리라는 해수욕장이 전국에 여러 곳 있지만 신지면에 있는 명사십리의 경우는 독특하다.

명사(明沙)가 아니라 명사(鳴沙) 즉, 모래가 운다는 뜻이다.

고운 모래알들이 파도에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가 울음소리와 같다하여 명사(鳴砂)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고 그 소리가 십리를 간다하여 명사십리라고 한다는데.....

 

 

완도군 신지면에 소재한 명사십리 백사장은 거의 직선으로 뻗어있으며 경사가 완만하고 모래입자가 곱다. 고운 모래알은 찜질하기에 알맞아 관절염 및 피부질환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러나 아직 물기가 많은 모래는 신발에서 떨어질줄 몰라 모래찜질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찰랑찰랑 왔다가는 물살에 발을 담그고 혼자 사색하는 시간. 이것이 바로 망중한이 아닐런지.....

평상시 같으면 운치있게 자리한 송림에 텐트를 치고, 별빛을 벗삼아 도란도란 얘기도 나눌텐데....

 

 

 

아침 식사 후 한미 FTA에 대한 심층적인 연수가 기다리고 있어 오래 지체할 수 없어 서둘러 민박집으로 오니 아직도 한 밤중인 사람들.

배가 고프다고 노래를 몇번이나 불렀을까?

담당자(?)는 전복을 손질하여 시원한 전복죽을 아침 식사로 내놓는다. 

어제 저녁의 맑은 물 탓인지 그 많은 전복죽은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다.

깔끔하게 비워진 솥을 보니 어제의 뒷풀이가 얼마나 화려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눈을 비벼가며 연수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보니 참으로 열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맛에 연수를 오는 것은 아닐런지....

무기력한 마음에 에너지를 충전하여 활력있는 내일을 준비할 수 있으니....

날씨 좋은 날에 사랑하는 사람과 한 번 더 만나고 싶은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맘껏 즐기지 못해 아쉬움을 꽂아두고 와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