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오솔길 따라 백련사로....
전국에 백련사라는 절이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안다.
전남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246번지에 소재한 백련사는 839년 신라 문성왕 때 무주 무염이 창건한 뒤 고려 희종 7년 원묘국사 요세에 의해 건물 80여칸이 중창되었다. 고려 후기 120년 동안 고려의 여덟 국사를 배출할만큼 침체된 불교의 중흥을 꾀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한 사찰이 바로 백련사다.
만덕산의 양쪽에는 백련사와 다산초당이 있는데 백련사를 가는 길은 백련사 주차장에서 동백나무 숲으로 직진해서 가는 길과 다산초당에서부터 이어지는 다산 오솔길을 따라 가는 방법이 있다.
나는 다산초당을 경유해서 가는 다산 오솔길을 따라 백련사로 갔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 가는 산책길]
이 길은 다산이 유배생활을 할 때 백련사 주지인 혜장 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어서 다산 오솔길이라고도 부른다. 어떻게 보면 유교와 불교라는 종교적 의미를 떠나서 우정을 나누고, 의식을 교류하던 뜻있는 길이며 다산 철학의 길이기도 하다.
연인과 손 맞잡고 산책하기에 좋은 시간(걸어서 30분 정도)이어서 적극 권장할만한 코스다.
[강진만을 내려다보고 있는 백련사 전경]
10살 연하인 혜장이 술로 세상을 먼저 하직하자 다산은 그를 기리는 만시에서 ‘이름은 중, 행동은 선비라 세상이 모두 놀랐거니/슬프다, 화엄의 옛 맹주여/‘논어’ 책 자주 읽었고/구가의 ‘주역’ 상세히 연구했네/찢긴 가사 처량히 바람에 날려가고/남은 재 비에 씻겨 흩아져버리네/장막 아래 몇몇 사미승/선생이라 부르며 통곡하네’라고 그렸을만큼 혜장의 깊은 학문을 가늠해 볼 수 있으며 두 사람의 끈끈한 정을 헤아려 볼 수도 있다.
[대웅보전의 아름다운 추녀와 용두, 글씨체]
[백련사 사적비]
[대웅보전을 내려오는 길에 앙증맞게 자리한 연꽃 한 송이]
[백련사의 동백림을 지나 아래쪽에 자리한 연꽃 무더기]
백련사의동백림은 천연기념물 151호(1962.12.03 지정)로 지정되어 있다.
고창 선운사의 동백 못지않게 아름다운 겨울 전경을 간직한 백련사는 동국여지승람에서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사찰이라고 해놓았을만큼 계절마다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자태를 뽐내는 절이다.
특히 대웅보전 앞에서 내려다 본 강진만과 일몰은 그 어느 곳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이니....
남도에는 감칠맛나는 인정이 있고,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아름다운 곳들이 참으로 많다.
시간을 내서 남도의 끝자락부터 한 발 한 발 내딛어보는 국토 순례는 이 여름의 피서 방법으로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