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밤 포크 음악에 취해.....
주말은 왜 이리도 바쁜지.....
동안에 게으름 피우던 흔적을 따라다니며 열심히 집안 일을 하고
저녁 무렵 CBS가 주관한 포크 페스티발 공연을 보러 순천문화예술회관으로 갔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탓에 실내는 한산했다.
청소년들이 열광한 가수의 공연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 관객은 중년들이 었고, 지인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지방에서 행해진 포크 공연에는 좌석 채우기가 힘들다더니....
혹시나 가수들이 실망하여 제 기량을 보여주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좌석 정 중앙, 앞에서 두번째 자리를 잡았다.
가수들의 호흡이며, 몸짓을 직접 느끼고 싶은 열망에 여러가지 효과를 내기 위한 조명과 시설들로 조금 불편해도 그 좌석을 고집했다.
역시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동안에 다녔던 콘서트장에 가서 뒷 좌석 또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라봐야했던 안타까운 부분을 말끔하게 치유해주는 자리에 흡족하며 그들의 노래와 삶, 그리고 열정을 같이 느낄 수 있었으니.... 행복 충전~~~
<바람 바람 바람>으로 첫 무대를 장식한 김범룡은 작은 키에 마른 체구였다.
자신이 처절하게 살았던 몇 년간의 이야기를 담담히 이야기하며 노래하는 그는 추운 날씨 때문인지 연신 코 끝을 닦아내며(?) 열창하였다.
얼굴에 순수한 빛깔이 많이 우러나는 메리트를 가진 그.
쪼그리고 앉아서 눈빛을 교환하는 짧은 시간은 황홀했다.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로 미성을 선보인 추가열은 깨끗한 고음이 좋았다.
늦가을 저녁의 분위기와 묘하게 앙상블을 이루는 그의 노래는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의 목소리와 닮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본인을 여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며 맑게 웃는 그.
순천에서 중학교 2학년때까지 생활했다는 추가열은 고향 냄새가 물씬 풍기는 듯 정겨웠다.
나나무스쿠리의 <오버 앤 오버>
거친 음이 좋은 서울 패밀리의 전 멤버 위일청.
늦어서 죄송하다며 큰 절을 올리고 시작한 그의 입담은 단연 압권이었다.
작은 키에 열정적으로 노래한 그를 보며 조용필을 떠올렸다.
여수진남체육관 공연에서 조용필을 보았을 때와 흡사한....
오빠!!!, 오빠!!!를 외치는 공연은 아니었지만 작은 거인을 떠올리게 한 가수였으니....
마지막을 장식한 가수는 높은음자리의 김장수였다.
번들번들한 외모가 사모님들이 좋아할 스타일같았다.
대상을 받았던 경력이 한 몫을 했는지.....
뛰어난 가창력에 우리는 넋을 잃고 말았다.
더구나 남다른 무대 장악력과 춤 솜씨, 팝송의 소화력.
마지막을 장식할만한 멋진 가수였다.
손을 흔들며 환호하고,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우리들은 추억 속을 아름답게 배회했다.
오래 전 빛 바랜 사진속에 숨어있는 그 때의 열정을 따라 잡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중년만이 느낄 수 있는 평화로움과 행복.
난 사람들이 '참, 열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안 그래요.'라며 얼버무리기 일쑤였는데 콘서트장에 가면 '맞아. 난 열정이 많은 사람'임을 확인하곤 한다.
콘서트가 끝나고 무대 뒷쪽으로 가서 가수들을 만나 싸인을 받고, 위일청과는 사진도 찍었다.
어린 아이들처럼. 헤헤헤.
콘서트를 보고 나오니 바람은 굉음과 함께 다가왔다.
숄을 머리 위까지 둘러쓰며 거닐어도 그 바람과 추위는 쉬이 가시질 않는다.
차에 오르니 한기가 돌았다.
그래도 가슴에 차오르는 환희가 있어 행복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