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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그리고 순천만

순천만

데조로 2005. 9. 4. 17:06

마음이 울적하면 자주 찾는 곳이 순천만이다.

순천만은 너른 갯벌과 갈대, 그리고 철새들의 요람으로 전국적으로 명소가 된 장소이긴 하지만 내게 있어 특별하다.

여행이란 것이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만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순천만은 내가 살고 있는 곳 가까이 위치하지만 계절따라 때로는 내 마음 상태의 굴곡에 따라 매번 다른 빛깔로 사람을 유혹하고 위로한다.

그런 의미에서 순천만은 내 쉼터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글이 잘 쓰여지지 않거나 또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 찾는다.

시도 때도 없이.....

낮에는 버얼건 칠면초 사이로 이동하는 게와 짱뚱어의 몸짓도 보고, 갈대의 서걱이는 소리와 날카롭게 번득이는 모습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저녁엔 상상만해도 즐겁고 슬픈 장소가 되어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약을 갖고 있다.

철새들의 퍼덕이는 소리와 졸졸 물 흐르는 소리, 바다 생물들의 아우성, 그리고 슬픈 바람소리...

 

언제고 내마음의 변이를 잘 헤아려 그만큼의 소재로 다가오는 순천만....

 

옆에 지인이 없더라도 혼자서 차를 몰고 한 바퀴 휘잉 돌다오면 어느 새 침잠된 기분.

아니 옆구리에 술병하나 꿰차고 갈숲에 앉아 혼자 훌쩍이며 마시다오면 내가 순천만이 된 듯 황홀하다.

오늘 밤도 한 번 떠나가 볼까?

 

 

순천만
-비


비 내린 순천만은
여린 농부의 애간장으로 수런하다


바다로 가지 못한 빗줄기는
갈꽃을 울리고 나서야


주름살처럼 깊게 패인
골을 따라 바다로 가고


철새들의 페로몬 냄새에
화냥년이 미친다는 갈대숲은


칼날로 제 몸 찍어내어
마알간 눈물비 만들어 내도


깡소주로 시름 달랜 발길 끊이질 않아
순천만은 혼자서 혼자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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