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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5시간 넘게 짝짓기를 한 사마귀 본문
과연 그들의 짝짓기 후 먹고 먹히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날 것인가. 그동안 얼마나 궁금하였는지 오늘은 모든 곤충을 뒤로한 채 사마귀만을 집중 취재해보기로 했다. 특히 사마귀가 많이 살고 있는 풀밭으로 갔다. 풀밭 옆으로 작은 도랑물이 흐르고 구멍이 숭숭 뚫린 환삼덩굴 위엔 짝짓기하는 나비도 보이고. 베짱이, 메뚜기 등도 나름대로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손바닥만한 환삼덩굴 위에 숫사마귀는 암사마귀을 발견하고 슬금슬금 다가가 탐색을 하기 시작했다. "흠. 이 정도면 내 색시 삼아도 되겠는걸. 그녀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어." 암컷에 들키지 않게 짧은 순간 숫사마귀는 대단한 결심을 해야한다.
등에 오른 숫사마귀는 암컷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잠시 긴 다리를 이용해 암컷을 꽉 끌어안고 자세를 수정하기 시작한다. 사마귀들은 모든 행동 하나 하나가 얼마나 신중한지 급한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자세를 고치는데만도 30분 이상이 걸리니 과연 짝짓기에 성공 할 수는 있는 것일까. 보는 사람이 벌써부터 조바심이 나고 지쳐가려 한다.
그리고 1시간 2시간… 그들의 짝짓기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난 사마귀들과 무언의 협상을 하기에 이른다. "사마귀들아 점심 먹고 올테니 기다려라."
그 순간, 사마귀들이 떨어져버린 것이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짝짓기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심호흡을 한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가슴이 콩닥거린다. 카메라를 든 손에 힘을 주며 긴장을 하는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또 그렇게 가만히 있기를 30분, 슬슬 약이 오른다. '수컷은 암컷이 무서워 움직이지 않고 죽은 체하며 암컷 등위에 계속 엎드려 있는 것인가보다'라고 생각한 순간 그들은 또 다시 짝짓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짝짓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휴식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굵은 빗방울이 사마귀 등위로 내리쳐 방울방울 고운 날개가 젖어버렸고 암컷 날개 꽁무니에 굵은 비구슬이 동그랗게 맺혔다. 사마귀들은 홍수가 내려 떠내려간다해도 짝짓기를 멈추지 않을 태세로 그렇게 온몸으로 비를 받아내고 있었다.
사마귀의 까만눈이 무섭고, 어둑해진 풀밭에 달려드는 모기가 무서워 서성거리는 사이 사마귀의 긴 마라톤 짝짓기가 끝이 났다. 그리고 수컷 사마귀는 암컷은 쳐다보지도 않고 긴다리를 뻗어 잽싸게 반대방향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사람들은 짝짓기를 하면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인간이 사마귀를 일정한 공간의 장소에 사육했을 때의 일이다. 일반적인 야생에서는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지 않고 도망쳐서 목숨을 구하고 일부 수컷만이 암컷에게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오늘 장시간 사마귀의 짝짓기를 지켜보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약간의 섭섭함은 있었지만 우리가 알수 없는 그들만의 질서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마귀는 짝짓기후 무조건 잡아먹는다는 편견을 깨우쳐준 암사마귀의 날개가 어둠 속에서도 유난히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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