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존 가트맨) 본문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한국경제신문,2007).
지은이 존 가트맨은 워싱턴 주립대학교의 심리학 교수로 심리 정서를 분석하여 '감정 코치(Emotion coach)라는 신교육 개념을 개발하여 자녀 교육에 혁신적인 바람을 일으킨 학자다.
현대 생활에서 자녀교육은 가장 어려운 과제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가장 쉬울 수도 있는 것이 자녀교육이다.
언젠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 필독서일만큼 열풍을 일으킬 때 나는 굳이 사랑에 무슨 기술이 필요할까? 인간적으로, 거짓없이 진심으로 다가가면 감정은 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읽어보고 단편적인 내 사고에 부끄러움을 느끼듯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부끄러움과 후회가 동반되었다는 표현이 더 옳을 듯 싶다.
'감정은 다 받아주고 행동은 잘 고쳐주라'는 안내 메시지가 가슴을 후비며 들어온다.
황량한 가슴에, 아직은 자녀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보다는 내 방식대로 키우기를 고집하는 어미의 가슴에 가족 구성원간의 정서적 상호작용이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도덕적인 인간을 키우기 위한 토대가 된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알아가야하는 슬픔.
감정이 격해졌을 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나머지 자녀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서슴치 않는 부모나 감정 코치가 삶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자녀들을 대하는 부모에게 감정코치의 5단계를 제시한다.
첫째, 아이의 감정을 인식하기, 둘째, 아이의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을 친밀감 조성과 교육의 좋은 기회로 삼기, 셋째, 아이의 감정이 타당함을 인정하고 공감하며 경청하기, 넷째, 아이가 자기감정을 표현하도록 도와주기, 다섯째,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끌면서 행동에 대한 한계를 정해주라고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엄격함이 필요할 때는 엄격한 모습을 보여주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선인들은 자녀교육을 어떻게 했을까?
다산 정약용은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면서 100여통의 편지를 쓰면서 자녀들과 자연스럽게 교감하며 그들이 스스로 깨닫고 행동할 수 있도록 했고, 퇴계 이황도 아들과 손자에게 편지를 보내 공부에 매진하며 성실히 살도록 했다.
그러나 요즘의 자녀교육 성공담은 대부분 성과가 보이는 운동이나 예술 그리고 선망하는 직업 종사자들 중 두각을 보이는 자녀의 부모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그 뛰어난 부모 역학을 해낸 사람들은 자녀들에게 모두 감정코치를 잘 해서일까?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여전히 자녀교육은 해답이 없다.
다만 여러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물이나 사례들을 통해 자녀를 위한 사랑의 기술을 터득하여 내 것으로 계발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그러기위해서는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그 행복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아이의 삶에 아버지가 같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하는 일'이라고 하니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지 못하도록 자녀들과 같이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더 부대끼는 기회가 많은 어머니는 아이들의 감정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삶이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감정코치를 하는 부모에게 있어 권위가 부모와 자녀간의 정서적 결합이 되어 아이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솔직하고 이를 제대로 표현하는 자녀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자극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내겐 2명의 자녀가 있다. 첫째는 굉장히 다혈질인 아들이다.
공부에는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지만 그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둘째는 딸인데 외모와 정서적인 것에 관심이 많고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산다.
그러나 사회생활은 둘째가 훨씬 부드럽고, 부모에게도 대화의 상대가 되어 감정을 읽어낼 줄 안다.
부모가 자녀교육에 절대적인 모델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내 자녀를 보며 옆지기와 나는 많은 반성을 한다. 가끔은 학습이 제대로 된 결과물(?)을 보면서 소름이 끼칠때도 있다.
정말 모범적인 모델이 되고자 노력을 해도 감정이 격해지면 또다시 마음에 파랑을 일으키며 아이들을 한쪽으로 몰아세운 것이 엄마의 지금 모습이니......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아이들의 감정을 깊이있게 받아내는 그릇이 되어 그들이 출렁이어도 흔들리지 않는 항아리가 되어야겠다.
오늘 당장 대화의 물꼬를 터서 그 항아리의 물이 넘치지 않도록 길을 내어야겠다.
다소 투박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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