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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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이야기

친밀감(Intimacy)-하니프 쿠레이시 작

데조로 2008. 6. 9. 20:27

근심많은 남자의 표정이 노란책 표지에 끼워진 하니프 쿠레이시 작 [친밀감]

[친밀감]을 직접 각색한 영화 '정사'로 베를린 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한 하니프 쿠레이시.

1954년 런던 출생인 그는 1976년 [흠뻑젖은 더위], 1984년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1990년 [변두리 부처], 1998년 [친밀감]을 발표한 소설가, 극작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 제작자로 다방면에서 활동중인 현직 예술가다.

 

아내와 두 아들을 떠나려고 하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욕망과 번민이란 화두로 대립의 골짜기에서 써내려간 [친밀감].

'친밀감-Intimacy'이란 단어는 육체적 친밀함을 내포하며 이글에서는 '성교'나 '정사'의 의미를 완곡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하여 '40대 남성의 성과 사랑의 보고서'라는 부제를 붙여도 좋을 것 같다는 옮긴이의 설명이 기록되어 있다.

 

불혹을 넘긴 중년의 여인이 반대편 남자의 심리를 아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읽는 내내 나의 마음을 들킨 듯 부끄러움을 가져야했으며, 내 옆지기도 이런 마음이 많이 내재해 있을거란 생각을 하니 인내하며 살고 있는 우리가 대견해보이는 이 아이러니.

 

 

 주인공 제이가 아내(소설 속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수전을 좋아한 것은 세상에 대처하는 재주와 유능하고 정돈되어 있는 여자라는 사실이었으며, 그녀에게 매혹되기보다는 아이들을 사랑한 수전의 열정을 사랑했다.

그런 수전에게 따스하고 완벽한 친밀감을 느낄 수 없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혼인하지 않은 것을 필연적인 저항으로 생각한 제이에게 가족이란 자유로운 개인을 억압하고 왜곡시키는 기계 장치에 불과했으며 늘 욕망에 노출되어 있는 자신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으리라.

결혼이라는 형식을 취하지만 않았을뿐 그에 따른 부가적인 것들을 전부 획득한 제이는 책무성을 회피하는 사람으로 밖에 내겐 인식되지 못한다. 

어쩌면 요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륜의 사랑(스캔들)을 하면서 자신을 잃는 것은 절대로 원하지 않는 이기적인 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 무겁게 다가온다.

사랑이 없으면 삶의 속살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글귀에 나는 감전되듯 움직일 수 없었다.

어떻게든 사랑이라는 양분이 더해져야 우리들의 생이 햇살지기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내게 주어진 가정이란 테두리를 다시 한번 에둘러보며 단장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가져야하는 아픈 성숙이 가만히 내 등을 토닥인다.

 

 

존레논의 사인이 들어있는 사진을 벽에서 떼어내 가출 시에 가져가겠다며 짐가방에 넣는 제이를 보며 삶에 대한 열정보다는 감성과 욕망이 삶을 지배하고 있음을 느꼈다.

떠나야 할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것이냐를 고민하는 중에 선생인 아시프는 배우자를 떠나는 이유는 알겠는데 어떻게 아이들을 버릴 수 있냐는 질책을 하는 반면 자유로운 영혼을 구가하는 빅터는 제이의 선택을 존중해준다.

내게 누군가 그런 조언을 해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인생은 최고의 음란물이라고 한다.

'우리가 서로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떠난다'는 제이에게 얼마나 많은 욕망이 출렁거릴지 나는 벌써 불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