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흐린 날씨만큼이나 우울한...... 본문
영어 선생님의 연가로 인해 학년실 선생님들의 수업 부담이 많은 금요일.
한 시간도 빈틈없이 수업으로 채워져 있다.
보충교재를 수정 보완해서 만들려는 계획도 무산시키고, 상담도 뒤로 미룬 채, 전입생 배정 및 소개를 마치고 헐레벌떡 들어오니 여학생 2명이 상기된 얼굴로 쫓아 들어왔다.
"선생님! 00가 너무 말을 함부로 하구요 이중적이에요. 선생님이 계실 땐 착한 척 하구요 안 계시면 거의 망나니에요"
"어떻게 했는데~~~'
"너희들, 뒷 담화(흉)하면 맞는 경우가 있어", " 00에게 뺨 맞은 것이 뭘 잘했다고 깝쭉대냐"라고 했다는 것이다.
예전에도 몇 번 그 녀석의 행동이 못마땅하다며 내게 와서 일러주었던 아이다.
남학생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으니, 평상시에 3명이 몰려다니면서 학습 분위기도 흐리게 하고, 학생들의 뒷 담화(흉)를 잘 보는데 특히 자신의 언행을 보고 자주 브레이크를 걸며 자극을 준다는 것이다.
따로따로 이야기를 들으니 앞 뒤가 맞지 않아서 확인차 대질심문(?)을 했다.
남학생은 여학생들의 수근거림을, 여학생 3명은 친해서 단순하게 모여 다닌 것 뿐인데 상처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며 서로 골이 파여 있었다.
남학생은 다소 정의적인 면이 강하며 공부도 괜찮게 한 편이고, 여학생들은 학급에서 다소 두드러진 특성을 가진 2명에 얌전한 아이 한 명으로 그들 또한 공부도 괜찮게 하는데 파워게임이 다분히 적용된 관계라고 볼 수 있었다.
모둠 학습도 너무나 잘했던 아이들인데......
사고는 우연찮게 일어났다.
상황파악을 위해 여학생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남학생이 한 여학생의 뺨을 때렸고, 동급생인 이성에게 뺨을 맞은 여학생은 엉엉 울었다.
선생님들도 학생들의 뺨을 때리지 않는데 학생들간에 동성도 아닌 이성에게 뺨을 때렸다는 것은 문제였다.
나는 남학생에게 어떤 방법으로든지 폭력은 잘못된 것이라며 훈계를 했고, 남학생은 여학생에게 사과를 했지만 받아주지 않아 결국 여학생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남학생이 학급을 위해서 봉사의 시간을 갖기로 하고 아이들을 돌려보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입동의 교정을 바라보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친 상황이라 상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참을성없는 아이들의 일까지 덧칠되니 우울하기 그지없다.
비를 맞고 떨어지는 낙엽이 바람을 따라 젖은 몸을 뒤척인다.
낙엽은 저렇듯 더 튼실한 성장을 위해서 비우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도 혹시 더 큰 사람으로 성숙하기 위해 지금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애써 긍정의 생각으로 위무해 본다.
이틀간 쉬고 난 후 그들의 마음은 어떤 빛깔로 채색되어 있을지.....
마음 아팠을 아이들의 마음에 새순이 돋기를 바라면 너무 무리한 희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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