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서울 나들이 본문
내게는 먼 곳이지만 가끔씩 서울행을 감행한다.
특별히 할 일이 있어서 간 것은 아니고, 그냥 서울 바람을 쐬러간다.
15일, 순천에서 낮 12시 기차를 타고 가니 오후 5시 10분경에 용산에 도착되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인사동의 어느 시인이 운영한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돌아댕기다가 영풍문고에 가서 책도 사고 또 무작정 여기저기 돌아댕겼다.
한산한 남도에서 살다가 한번씩 서울을 가면 숨이 턱턱 막힌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남도에서는 좀처럼 맛보지 못한 풍요로움.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과 다르게 느긋하게 아침을 시작하는 이 여유.
고층에서 내려다본 서울은 또 색달랐다.
따뜻한 방에서 몸을 데우고 있으니 나들이가 귀찮아져서 시집 '슬픔의 부리'와 현대문학상 수상작품을 읽으며 소비했다.
그러나 서울까지(?) 와서 그냥 내려가기는 그래서 오후엔 노량진에 있는 사육신 묘를 찾았다.
눈이 온 뒤의 풍경이라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모셔져 있는 7명의 의인들.
사육신 묘는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되어 있는 곳으로 조선의 6대 임금인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1456년(세조 2) 목숨을 바친 사육신들의 무덤이다. 박팽년, 성삼문,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와 <조선왕조실록>과 <추강집>의 내용에 따라 김문기를 추가하여 모두 7명의 선인들이 묻혀 있는 곳이다.
의절사에 들러 향을 피웠다.
충성심과 정도를 걷겠다는 그분들의 마음이 전해지듯 뭉클한 무언가가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후인들은 임금보다는 충성을 다하고 늘 한결같았던 신하에 더 후한 점수를 준다.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내는 과업 달성이며, 바르게 세상을 엮어가기 위해 흘렸을 그 고난의 일을 짐작하여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불인 듯 눈을 덮고 계시는 사육신들을 찾아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오는 길.
마음 속엔 어떻게 살아야할지 목표가 뚜렷해지는 소리로 뜨거워졌다.
그 다짐을 그곳에 꾹~ 누르고 왔으니.....
'여행 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학 특구로 지정된 장흥을 찾아..... (0) | 2009.05.05 |
---|---|
축령산 편백숲에서 (0) | 2009.02.04 |
경남수목원의 가을 풍경 (0) | 2008.10.30 |
김양식을 최초로 한 김여익을 찾아서.... (0) | 2008.10.28 |
진주성에서..... (0) | 2008.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