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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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스케치

축령산 편백숲에서

데조로 2009. 2. 4. 20:20

방학이 끝나갈 무렵

몸부림인 듯 지인들과 길을 떠났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려 잠시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떠나자는 의견이 많아서 감행한 장성길.

목적지는 축령산(621m)이다.

걷고 싶은 숲길로 선정된 그곳은 노령산맥에 있는 전남과 전북의 경계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집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축령산 산책길은 임종국 선생이 1956년부터 76년까지 사재를 털어 묘목을 심고 가꾼 사유지였으나 말년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생하다가 2002년에 국유림이 되어 관리되고 있다.

 

축령산 자락 장성군 북일면 문암리, 서삼면 모암·대덕리 일대 596㏊에 편백나무·삼나무·낙엽송 등을 21년에 걸쳐 조성한 그곳은 이국적인 풍경이 으뜸이다.

사람의 심폐기능을 좋게 하고 아토피 등 피부질환이나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다는 피톤치드는 나무가 자기 방어를 위해 내뿜는 살균력 강한 물질로 소나무·편백나무·삼나무·주목나무·구상나무 등이 많이 내뿜는다고 한다. 

피톤치드는 해가 뜰 무렵과 낮 10-12시에 가장 많이 발산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 시간을 경과하여 입산하였으니..... 안타까울 수 밖에.

 

 

초입에 관광객을 위한 펜션과 민박, 농원이 을씨년스런 날씨속에 갇혀있었다.

서각작품을 전시해 둔 멋진 곳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칠면조 요리를 먹었다.

다섯가지 코스로 나온 칠면조요리는 다양한 먹거리를 원하는 일행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고, 비온 날씨와 묘하게 어울려서 복분자를 연신 들이키게 만들었으니......

내려앉은 안개, 촉촉하게 젖은 황토 길, 쭉쭉 뻗은 나무의 이국적인 풍경. 나뒹굴고 있는 잎사귀, 반듯하지 않는 임도의 꾸불꾸불한 자연미.

손을 잡고 거닐면 그것 마저 아름다운 풍경이 되고 마는......

그러나 그런 연출을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으니.....

 

 

 

특히 여름날 가벼운 차림으로 먹거리를 가져와서 돗자리깔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시를 쓴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 옆에 마음을 나누는 이가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 ㅎㅎㅎ 아직도 이런 꿈을 꾸고 있는 나는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