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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방

가을 체육대회를 마치고

데조로 2005. 10. 26. 21:36

가을 체육대회와 축제가 이틀간 계속되는 관계로 예선전과 축제 연습으로 아이들은 무척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특히 우리반 아이들은 조만조만하여 어떻게 체육대회를 치를까 고민이 되었고, 리더쉽이 뛰어난 아이가 없어 애를 태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니어서 체육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의 사기를 생각하여 아침부터 오버하며 아이들을 격려하였다.

 

8시 30분.

약 1000여명의 학생들이 운동장을 가르는 달리기로 체육대회는 시작되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이를 악물며 달리기를 하곤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걷는 듯 달리기를 한다. 온갖 폼을 다 잡고서.....

그나마 여학생 보다 남학생들이 열심히 뛰어 이쁘고 멋있어 보였다.

 

 

                               [달리기의 첫 발을 내딛는 아이들] 

 

                                [외롭게 오래달리기를 하고 있는 세웅이]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을 하고 또 해도 아이들은 자기들 하고 싶은대로 한다.

그래도 모처럼 시름 잃고 노는 아이들 모습이 무척 이쁘다.

 

우리반 아이들은 예선전에서 축구, 피구 등을 모두 패배했기 때문에 오로지 기대를 거는 것은 씨름뿐이었다. 씨름에서만큼은 기술이 탁월한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준결승부터 만만하지 않았다. 10학급이 겨뤄서 올라온 탓에 제법 기술을 드러내며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렸다. 특히 여학생으로 출전한 은주는 몇 번의 시합을 통해 기술이 신장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우리반의 힘센 여왕 은주의 결승전 모습] 

 

 

                             [아픈 몸으로 열심히 경기에 임한 든든한 진호]

 

 

                                         [우리반의 든든한 버팀목 용성이]

 

셋이 출전한 씨름 결승전은 사람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첫번째 등장한 용성이가 상대편의 무릎에 고환을 맞아서 한 20여분간을 일어서지 못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얼굴이 뻘개지며 일어서지도 못해서 무척 걱정을 했는데, 30분 정도 지나니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일어섰다. 많이 아프면 병원에 갈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걱정을 씻어내기라도 하듯 용성이는 거뜬히 상대편을 제압했고, 은주의 승리로 인해 우리는 씨름을 우승했다. 1학년 10개반 중의 1등이라....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는 선생님을 보며 아이들도 덩달아 난리다.

지나가는 다른 반 아이들도 " 선생님!! 그렇게 좋아요... 축하해요"라며 한 마디씩 건넨다.

아!!! 이 기분으로 아이들이 뛴다면......

 

긴줄넘기 예선전에서는 합계 5개로 최하위를, 전 학생이 모두 출전하는 줄다리기에서는 게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신체적인 열세가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시합하는 모양꼴처럼 확연히 들어나서 어찌할 수 없는 패배라고나 할까?

그러나 소수의 정예 멤버가 결승에 진출해 있는 400MR에 기대를 걸며 아이들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이럴수가!!!!

첫번째 주자인 동영이가 넘어진 바람에 아쉬운 4등을 했다.

 

 

                             [400MR의 첫 번째 주자인 동영이의 출발 모습] 

 

자그마한 아이들만 모여있는 우리반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1학년 10개 반 중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응원상을 거머쥐어 아쉬움을 위로받은 행운도 있었으니.....

 

체육대회는 예정보다 1시간 가량 늦게 끝났지만 아이들은 먹고 즐기면서 모처럼 즐거운 하루였을 것이다.

종례를 하면서 모두 고생했다고 위안의 박수를 쳤다.

내일 또 다시 축제가 시작되어 피곤한 날이겠지만 교실 밖에서 누비는 시간이 갇혀 있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할 것이리라.

오늘의 피로를 모두 풀고, 내일 밝은 모습으로 아이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아!!!

오늘 고생했어. 그리고 멋있었단다.

선생님도 행복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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