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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생활지도는 어떻게 해야할까?

데조로 2005. 11. 5. 10:31

내가 근무한 학교는 1층에 교직원 화장실이 있고, 층마다 학생 화장실이 있다.

역사가 짧은 학교라 다른 곳에 비해 깨끗하고, 비교적 실용성있게 지어진 학교이다.

 

어제 일어난 일이다.

행정실 직원이 화장실을 들어갔는데 여학생들이 출입구에서 거울을 보며 수다를 떨다가 아무렇지 않게 휴지를 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여기는 교직원 화장실인데, 학생 화장실을 이용해라"라고 했더니 "거울만 보고 갈거에요?"라며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그래~~~"라며 마땅히 할 말이 없어서 용무(?)를 보고 있는데, 옆 칸으로 누가 들어가 용무를 보길래 느낌이 이상해(조금은 치사한 행동인줄 알면서....) 밖에서 기다렸다.

여지없이 그 학생이었다.

 "너, 거울만 본다고 하지 않았니?"하고 물었더니 " 왜, 선생님들은 학생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우리는 못하게 해요? "라며 쏜살같이 사라졌다.

알고보니 그 아이는 작년에도 연일 지각을 하여 담임이 "너, 왜 지각을 맨날 하니? 좀 빨리 다녀라. 응?"이라고 했더니 "곧, 이민갈거에요. 선생님은 관심 끄세요."라고 대답하여 담임 선생님을 황당하게 만든 일화뿐만 아니라 돌아다니는 화약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학생이었다.

 

사실, 교직원 화장실은 좁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들어와서 휴지를 아무렇게나 버리고, 과자 껍질이며, 껌 등을 그대로 방치하여 지저분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교직원 화장실이라고 명패를 붙였지만 아이들의 양심에 맡기고 있는 것이 요즘의 실정이다.

 

하도 기가 막혀서 궁시렁 거리고 있는데, 이것을 지켜보던 주사님이 "나는 그래서 아이들을 보면 아무말도 하기 싫어 ... "라며 조언 아닌 조언을 했다.

그 주사님에게는 말하기 힘든 아픔이 있었다.

남학생이 교직원 화장실에 들어와서 "너, 여기 왜 왔냐?"라고 물으니 "아저씨나 잘하세요..."라며 오히려 핀잔을 주고 나갔다.

며칠 후 그 학생이 행정실에 들어와 돈을 수납하려고 하는데, 그 담당자가 없으니 책상을 탁탁 두드리며 "이 사람, 어디 갔어요?"라며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분이 풀리지 않은 주사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몇 분 간격으로 행정실을 드나들며 계속해서 책상을 두드리며 "이 사람,어디 갔어요?"라며 반복했고, 주사님은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사실, 담당자는 잠시 외출을 나갔지만 말하고 싶지 않아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한 참을 서성이다가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미안해요~~~"라며 사과를 하고 나간 일화를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난감했다.

사실, 주사님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뻣뻣하게 고개들고 따지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고, 얌전한 선생님들에게는 한 번 해보겠다는 기세다.

이를 어떻게 지도하고 훈계해야할지....

 

우리 학교는 학생회가 무척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3개월마다 한번씩 학생회에서 정한 주제에 따라 학생과 교사가 영상 토론을 한다.

물론 그 토론은 그대로 자치활동 시간에 각 반으로 생중계된다.

이번 월요일날 (11월 7일) 영상 토론 시간에는 마침 체벌에 대해 토론을 한다.

나는 우리학교 교사를 대표하여 패널로 나가는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다가가야할지 아직도 결론을 내릴 수 없어 고민하고 있다.

 

아이들과 교사가 정말 살맛나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갈수록 학교문화는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갈등만 쌓여간다.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

영원한 교사들의 숙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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