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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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나온 타인의 글

한국 꽃미남 변천사와 ''크로스 섹슈얼''

데조로 2006. 1. 13. 08:35


메트로섹슈얼·위버섹슈얼도 옛말
경계했던 ''자신 안의 여성성'' 긍정
여성스런 아이템 적극 활용하기도


현대 자본을 움직이는 것은 ‘아름다움’이다. 사회가 고도화될 수록 사람들은 예쁘고 귀여운 것에 집착한다. 그래서 전자제품도, 식당도, 커피숍도 디자인과 분위기가 매출을 좌우한다. 같은 값이면 예쁜 게 이기는 것이다.
남자들 역시 ‘예뻐지기 열풍’을 비켜가진 못했다.
그 시발점이 된 건 2002년, 김재원과 안정환이 등장한 남성 화장품 광고였다. 건장한 두 남자가 지나치면서 하는 말이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라니! 이후 단단한 몸매와 하얀 피부로 대표되는 ‘메트로 섹슈얼’은 현대 남성의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그 정점을 이룬 것은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권상우로, 헬스클럽과 화장품 매장엔 권상우가 되고 싶은 남성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원빈이 영화 ‘우리형’에서 꽃미남 타이틀을 벗으려 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엔 많은 남성 스타들이 ‘남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시도하고 있다. 권상우가 영화 ‘야수’를 택했고, 정지훈은 ‘이 죽일 놈의 사랑’에서 나쁜 남자 역할을 맡았다. 단정치 않은 스타일과 툭툭 내뱉는 말투 등 꾸며지지 않은 모습을 강조한 ‘위버 섹슈얼’이 화제가 됐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김주혁이 선보인 캐릭터가 대표격이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거친 남자들의 영화가 다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지금, 최고의 화두가 된 인물은 엉뚱하게도 이준기.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를 연기한 그에게 쏟아진 뜨거운 관심은 예쁜 것을 선호하는 여성들의 취향이 더욱 강력해졌음을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등장한 SS501, 슈퍼주니어 등 10대를 공략한 보이그룹의 사진은 여느 여성그룹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답다. 이들의 특징은 여성스러운 취향을 숨기지 않는 것. ‘예쁘게 생겼다’ ‘귀엽다’는 말에 눈을 흘기던 예전 10대 아이돌과는 다른 점이다.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은 “꽃바지와 분홍색을 사랑한다”고 밝혀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디어는 이들을 ‘크로스 섹슈얼’이라고 일컬었다. 기존의 ‘메트로 섹슈얼’이 외모에 신경을 쓰되 ‘여성스러움’에 대해서는 경계했던 측면이 있다면 최근 등장한 ‘크로스섹슈얼’은 자신 안의 여성성을 긍정, 여성스러운 아이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중문화의 남성상은 점차 남성성, 여성성을 나누는 인위적인 기준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남성들도 보다 다양한 매력을 발굴, 연출할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 세계일보에서 퍼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