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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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스케치

지리산 청학동

데조로 2006. 6. 14. 23:07

2박 3일간으로 수련활동을 다녀왔다.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에 소재한 명륜학당으로 가는 길은 미끄러지듯 곡예를 하면서 가야한다.

대형버스가 지나는 길목마다 조용하던 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잠자는 숲속을 들추는 미안함이 가슴에 찬 여행길이었지만 도심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에 우린 솔직히 더 들떠 있었다.

 

'사람을 바로 세워야 세상이 바로 선다'는 큰 가르침을 위해 예절과 인성 교육에 비중을 두는 프로그램이 매력적이어서 수련활동 장소로 선택된 청학동.

요즘의 아이들에게 지적인 가르침보다는 바른 인성이 더 요구되는 상황이라서....

 

체험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다고 하였다.

아이들은 첫 날부터 공수 자세로 인사를 했고, 말투 또한 은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또랑또랑한 발음으로 기분좋게 이야기한다.

어찌 저럴 수 있을까?

학교에서 그토록 노력하며 중점 지도를 해도 쉬이 바꿔지지 않던 아이들이 훈사들의 말씀에 100% 따르며 공손한 자세를 취한 모습이 쬐끔은(?) 미웠다.

더불어 우린 끝없이 뼈아픈 자아 비판을 쏟아내야 했다.

 

예절, 인성, 한문, 명상, 극기, 전통문화 체험 마당의 6꼭지로 나눠 이루어진 교육 내용에, 둘째 날에는 한국과 토고전의 축구가 있었고, 마지막 날에는 영어 듣기테스트가 있어서 그 짧은(?) 시간을 나눠써야 하는 안타까움까지 자리했으니.....

 

인성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수련활동의 메카로 자리매김되다보니 청학동에는 많은 서당이 건립되어 잘 선택하여 입소를 해야하는 어려움이 생겼다.

여기엔 매스컴의 떠들썩한 홍보가 한 몫을 했고, 돈의 위력이 산 속 깊은 곳까지 침투한 서글픈 현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청학동의 맨 윗자락에는 옛날 모습 그대로의 생활을 하고 있는 도인촌이 있는데 다른 곳과 달리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있으며, 너와집의 형태를 가진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도인촌의 사람들이 모여서 대제를 올리는 전당으로

                 천지신명전에 보국 안민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천제당

 

지리산의 한 자락인 삼신봉(1284M)의 정상

 

 

묵계리 출신 강민주(한풀선사)가 1983년부터 고조선 시대의 소도를 복원한 지리산 청학선원인 삼성궁의 모습으로 솟대 모양을 한 돌탑이 아름답다. 운영상의 문제로 최근에는 하동군이 사들여서 관광지로 재 복원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궁 들어가는 초입의 운치있는 찻집(7월에 개업 예정)

 

 

도인 체조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

 

 

인절미를 만들기 위해 떡메를 치는 아이(찹쌀이 덜 찧어졌지만 인절미 맛은 Good) 

 

 

경남 산청군 고운동 운적사 내의 풍경....

 

 

경남 산청군 고운동에 있는 운적사 내에서....

(온통 황금색을 한 이 나무의 이름은 무얼까?)

최치원이 머물다 갔다는 고즈넉한 운적사는 절이라기 보다는 정원이 잘 가꾸어진 단독주택의 모습이었다.

 

 

한국과 토고의 경기가 열리기 직전의 모습

 

온 힘을 다해 끝까지 대~한민국을 외쳐대는 아이들의 힘이 한 몫을 했을까?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함께 한 아이들의 얼굴은 승리때문인지 온통 함박웃음뿐이다.

 

청학동은 전설에 의하면 신선이 푸른 학을 타고 노닐던 지상 선경이라 하여 중국의 무릉도원과 같이 천하 명승지를 일컫는 곳이다.

우리 선조들은 청학동을 꿈에도 잊지 못할 마음의 고향이라 하여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향으로 여겨왔다고 하는데.....

지리산의 영험한 기운 탓일까?

청학동에 머무는 내내 정갈한 마음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묘한 느낌 속에 머물렀으니...

우리가 전설 속 완행열차를 탄 것은 아닌지.....

 

비가 와서 서둘러 청학동을 내려오면서 언제고 다시 올라 못다한 청학동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을 가득 담아왔다.

에궁....

피곤해서 꿈나라로 올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