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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여유

고장난 휴대폰

데조로 2006. 7. 13. 20:58

 

 

 

날이 갈수록 휴대폰의 노예가 되어가는 사람들 천국이다.

잠시라도 휴대폰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분실시에는 바로바로 조달해야 생활이 편리할 정도니....

 

나는 제품을 깨끗이 쓰는 스타일이라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손해인 손님인데 몇 개월 전부터 휴대폰이 말썽을 부렸다.

밧데리를 새로 교환해도 문제가 발생하고, 부품의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기에 거금을 들여 수리도 했다.

그러나 통화중에 끊기는 경우도 있고, 통화가 끝나면 액정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스스로 통신이 단절되는 횟수가 갈수록 빈번해졌다.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은 가끔 오해를 했으리라.

 

스트레스를 더이상 받고 싶지 않아 가입한 대리점에 가보니 최신 기종이 아니어도 00만원 이상을 주어야 새 기기로 바꿀 수 있었다.

지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조언을 구했더니 번호 이동을 하라고 했다.

통신기기 회사들은 기 가입된 회원들보다 신규회원이나 다른 회사를 이용한 사람들을 유혹하는 일에만 열중하지, 오래도록 그 회사 제품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혜택은 극히 미약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퇴근 후에 대리점별로 가격과 조건을 비교해 보았더니 같은 회사라도 대리점에 따라 상품별로 차이가 많았다.

가장 괜찮다는 대리점을 골라 계약을 하고나니 부가적인 금액이 뒤따라 왔다.

수면 위로 부상되지 않는 숨은 돈.

조금 꺼림칙하긴 했지만 그냥 들고 나왔다.

슬라이드형의 작은 휴대폰을 들고 나오면서 이젠 휴대폰때문에 속상할 일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업~된다.

 

학원에서 돌아온 딸 아이는 슬라이드형 휴대폰이 신기하다는 듯 자꾸 건드려본다.

조금 포기하면 이렇게 홀가분할걸.

새로움은 이렇듯 뜻하지 않은 행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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