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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여유

비 오는 날의 낚시

데조로 2007. 8. 13. 00:30

전남 남부지방은 연일 호우주의보다.

어제부터 굵은 빗줄기가 끊임없이 내려 창문을 열어놓기가 힘들 정도였으니.....

물론 더위가 한풀 꺾여서 좋긴 하지만 무섭게 내린 비에 농부들의 한숨소리가 들린 듯 하다.

 

무안 연꽃 축제가 있다기에 연꽃과 우아한 해후를 기대한 일요일이었지만

비를 뚫고 운전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종일 방콕~해야 하는 슬픔......

 

 

호우주의보엔 아랑곳없이 아침 일찍 낚시를 간 옆지기.

굵은 빗방울을 보면서 걱정이 되었다.

곧 낚시를 포기하고 오겠지.

핸드폰을 연속해도 받질 않는다.

불안이 엄습해온다.

이 비를 맞으며 낚시를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온갖 상상이 나래를 펴며 목을 죄어온다.

 

"엄마!! 아빠를 그렇게 사랑해요?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보세요."라며

수선을 떠는 엄마를 오히려 진정시키는 딸.

불안감에 종지부를 찍듯이 전화벨이 울린다.

시골에 계신 친정엄마의 전화다.

바람이 많이 불어 벼가 쓰러졌다며 벼를 야무지게 잘 세워 묶는 사위를 찾는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낚시를 갔다니 친정엄마는 벼보다 사위를 더 걱정한다.

 

오후 4시나 되어 흠뻑 젖은 몰골로 나타난 옆지기.

역시 아무런 죄책감(?) 없이 쑤욱 들어선다.

궂은 날씨에 가족들을  불안케하면서까지 낚시를 가고 싶었을까?

속앓이를 한 가족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코를 고는 소리가 아파트를 진동시키는 밤.

밖엔 그칠줄 모르는 비만 하염없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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