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느림의 미학 그리고 자유로움 본문
이번 방학은 집합 연수를 모조리빼고 사이버 연수로 대체를 한 후 많이 자유로워졌다.
늘어지게 잠도 자고, 책도 이것저것 읽어보고, 냉커피를 원없이 마셔보고......
이런 자유로움이 언제 또 내 발목을 잡을지 몰라도 그냥 좋다.
공선옥의 [행복한 만찬]을 읽었다.
작가가 전남 곡성에 살았던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며 참살이를 위한 먹거리에 대해 재미난 사투리와 함께 서술한 책이다.
고구마, 쑥, 부각, 다슬기탕, 토란, 시래기, 고들빼기, 초피, 호박, 방아잎 등 남부지방의 시골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일화와 함께 소개한 글에 나도 덩달아 추억여행을 해야했으니......
윤영남의 [불손하고 건방지게 미술 읽기]를 읽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를 읽으며 김홍도, 신윤복 등의 그림이 갖고 있는 의미와 사회상을 반영한 그림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았고, 그림에 대한 해박한 지식(?) 덕에 잘난 채도 했던 기억이 있어서 골랐던 책이었는데
역시 비전문가가 보는 미술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친숙했던 외국의 그림들을 간단하게 이해하기에는 괜찮은 책이었으며 고갱의 이중성을 또 한번 만나야했던 책이다.
김려령의 [완득이]를 읽었다.
고 1인 도완득이는 상처많은 아이다.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 출신의 머머니를 갖는 다문화가정의 아이지만 그 상황을 굳이 숨기려하지 않는다.
담임인 이동주(똥주) 선생님과의 대립과 친밀감, 그리고 공부는 못하지만 상황을 제대로 직시할 줄 아는 완득이의 의지, 자신의 성장기에 아픔을 준 가족이지만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할줄 아는 학생의 생동감 넘치는 현장 이야기다.
조경란의 [풍선을 샀어]를 읽었다.
총 8편의 단편집인데 조경란의 필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특히 [풍선을 샀어]는 37살 주인공이 독일에서 철학공부를 했지만 마땅히 할 것도 없고,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문화강좌나 맡아야하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고, 바쁜 현대인들이 갖기 쉬운 공황장애를 극복해가는 과정, 열살 연하의 J를 만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게 되는데 그 촉매제가 바로 풍선이다. 호흡법의 일환으로 쓰였던 풍선이 희망과 사랑을 가져다주는 보물이 되었으니.... 나도 풍선이나 사러갈까를 고민하는 중이다.
저녁이 되어도 더위는 쉬이 가시지 않아서 심야 영화를 보러갔다.
[놈놈놈]
1930년대 만주는 욕망이 들끓는 무법천지였다.
삭풍이 부는 황야에서 펼쳐지는 대추격전, 한 장의 지도로 쫓고 쫓기는 활극이 빚어지는 다국적 인종들의 충돌. 세 명의 멋있는 남자들이 웃음을 작렬하여 새로운 날이 밝아도 잠도 졸지 못한 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으니....
좋은 영화라기 보다는 그냥 영화를 보는 순간 쾌감과 두려움, 무서움 등으로 잠시 더위를 잊을 수 있는 영화라고나 할까?
아!!! 그 세 놈이 아닌 두 놈들은 왜 그렇게 멋있을까?
오늘은 배깔고 누워서 또 다른 책을 읽고 있다.
아직은 선풍기만으로도 괜찮은데 조금 있으면 에어컨을 작동해야할만큼 무자비하게 더위는 공격하고 있다.
아,
냉커피 한잔 마시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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