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다산]을 찾아서..... 본문
얼마 전에 장흥 해산토굴에 가서 [다산]의 작가 한승원을 만났다.
위대한 작가를 많이 배출한 장흥은 문학 특구답게 작가들의 생가 복원, 문학 산책로, 문학관, 시와 조각이 어우러지는 공원 조성 등으로 문학 붐을 선도하는 지역이 되어 있었는데 그 한 공간을 한승원 소설가가 지키고 있었다.
한승원.
그는 다산을 사랑하고, 그의 흔적을 흠모한다고 했다.
다산과 인간적 교류를 했던 추사 김정희, 초의 스님 그리고 둘째형 정약전에 관한 소설을 펴낸 후 아껴둔 [다산]을 집필하였다.
나도 다산을 좋아한다.
내가 등단했던 시 중에서 [다산 초당]이 있을 만큼 시간이 나면 강진에 있는 만덕산 등산로를 따라 다산이 산책하며 혜장과 초의 그리고 많은 학자, 제자들과 나눴을 얘기를 상상하며 걷는다.
강진에 있는 다산초당
[다산]은 역사적인 사료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어서 그런지 시대적 상황이 잘 반영되어 있고, 정조와의 안타까운 인연, 천주학이 이 땅에 뿌리내리기까지의 박해, 남인과 노론의 첨예한 갈등, 천주학과 유교, 불교의 미묘한 갈등과 조화, 그리고 혜장, 초의 스님과의 교류 등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정약용은 지방관을 지낸 정재원의 넷째로 태어나 학문적, 사상적으로 공감한 둘째형 약전과 형제애 못지않게 동지애를 느끼는 반면 셋째형 약종과는 기질이 달라서 쉬이 화합하지 못한다.
선비의 삶이란 인민을 구제하는 것이란 철학을 갖고 있는 다산 사상은 지금 이 시대가 필요한 인간상은 아닐까?
솔직한 것이 사람들을 감동시킨다는 것을 안 다산은 부끄러움도 드러내는 사람이었고, 말(言)을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예화로 들려주며 글쓰기와 언어 구사에 신중을 기해야 함을 아랫사람들에게 실천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특히 이 소설에서 인상 깊은 대목은 천주학을 전파하다 죽어가는 정약종이 "죽으려면 나만 죽어야지 왜 남을 끌고 들어가겠습니까?“라며 의롭게 죽어간 올곧음이나, 정약전과 정약용이 나주 밤나무골에서 흑산도와 강진으로 이별하는 유배 길에서 ”세월을 죽이며 책을 읽고, 기어이 살아서 만나자.“고 눈물지으며 동생과 형을 애타게 부르는 이승에서의 마지막 별리 장면..... 그리고 주모의 딸이 ”은애하는 사람을 지척에 두고 사는 여인이 앓는 비 몸살, 달 몸살을 아십니까?“라며 아픈 사랑을 고백할 때 그 너른 가슴으로 안아주는 인간적인 다산은 쉬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듯 싶다.
다산은 고향의 질펀한 두물머리 물너울과 강진만의 푸른 바다 물굽이 자신을 만들었다고 했다. 거대한 꿈을 가졌지만 아픈 역사와 인연에 갇혀 제 뜻을 미처 펴보지도 못하고 유배생활 18년째에 고향으로 돌아갔으니 타향만큼 낯선 여생이었을 것 같다.
다산.
그가 세월을 잘 만났으면 이론과 행함이 어우러져 다방면에 출중한 역사 기록이 더 있을터인데 아쉬움만 더해가는 여름날의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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