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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배우의 화려한 정사씬(쌍화점)에 황홀했던 어느 날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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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배우의 화려한 정사씬(쌍화점)에 황홀했던 어느 날에.....

데조로 2009. 1. 5. 21:59

방학하는 날.

옥룡계곡에 가서 흑염소 한 마리를 맛나게 먹고, 눈을 맞으면서 우리들은 배구를 했다.

배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멤버들이 모두 해야할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했던 배구가 매우 재미있어서 도전, 도전을 거듭하며 어둑해서야 순천으로 내려와서 보게 된 영화 '쌍화점'

 

 

'쌍화점(雙花店)'은 고려때 퇴폐적이고 성윤리가 문란했던 것을 노골적으로 그린 고려 속요다.

특히 원의 내정간섭이 심했던 시기로 원나라의 공주가 고려의 왕비가 되었던 비참했던 때로, 서민들이 불렀던 속요가 왕궁으로 전해지면서 내용과 언어에 많은 순화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쌍화란 만두를 말하는데 쌍화점이라면 만두를 파는 가게, 지금쯤으로 생각하면 다방 정도로 해석해도 무리는 없을 듯 싶다.

만두가게에 가면 남녀가 손을 맞잡고 있다가 잠자리를 같이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내용이나 작자나 연대를 알 수 없으니 노래 가사가 얼마나 자극적이고 충동적이었을지는 짐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민왕이 동성애자라는 역사서에 원나라의 압력과 왕을 둘러싼 음모에 픽션이 가미된 영화 쌍화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雙花店'이 아니라 '霜花店'이었다. 이것이 내포하고 있는 것은 무슨 의미일지 영화를 감상한 사람은 나름대로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민왕인 주진모, 건룡위의 수장인 홍림이 조인성, 그리고 왕비 송지효 주연에 유하 감독의 작품인 '쌍화점'은 보는 내내 잘 생긴 사람들의 경연장 같았다.

어린 나이에 궁에 들어온 홍림은 왕의 사랑을 받아 함께 침소에 드는 관계며, 왕의 명령이라면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되어있는 총관이다.

여자를 품을 수 없는 공민왕은 후사가 없는 이유를 들어 원나라가 압력을 가해오자 사랑하는 홍림이를 왕비에게 보내는 대리합궁을 명한다.

이것이 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널 수 없는 강이 된다.

합궁 후에 '자시에 다시 오겠다'는 명을 내리고 간 왕비를 물끄러미 보는 홍림이.

이른 나이에 궁에 와서 이성을 알지 못했던 홍림에게 왕비와의 하루밤은 새로운 사랑을 알게 하는 씨앗이 되었다.

그러나 사랑을 잃은 왕의 분노를 어떻게 잠재울 수 있으랴.

극기야 왕비가 홍림의 아이를 잉태하자 그 사실을 알게 된 왕은 그 사실을 안 모든 이들을 죽이고, 남자 구실을 못하게 만들어 버렸던 홍림은 도망쳐나와 죽임을 면하게 된다.

홍림을 성안으로 불러 들이기 위해 왕비를 죽인 것처럼 위장해 둔 왕의 속임수에 이끌려 분노를 품고 왕을 죽이러 오는 홍림이.

왕은 묻는다.

"나에게 애정을 품은 적이 한 번도 없었느냐? 나를 정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었느냐?"고 묻지만 홍림은 단연히 "없었습니다."라고 답한다.

이성을 알고 난 후의 홍림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다.

공민왕의 노리개였을뿐이며 자신은 왕비를 사랑했다는 .......

 

불꽃같은 사랑, 숨겨야 하는 사랑. 그 격정적인 사랑을 질투의 눈으로 바라본 왕.

꽃미남들의 훤한 근육질, 특히 조인성의 매끈한 엉덩이, 송지효의 과감한 전라씬은 보는 내내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두기에 충분했다.

왕인 주진모의 절제된 연기력, 너무나 이쁜 비쥬얼에만 맞춰진 조인성의 연기, 과감한 노출씬을 보였음에도 꽃미남들의 모습에 감춰져버린 송지효의 연기 그리고 빈약한 스토리가 마음에 걸렸지만 고려 말기의 사회상을 이해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영화 '색계'를 생각하고 갔다가는 다소 씁씁한 맛을 느끼고 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