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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이야기

비오는 날 , 영화 [하녀]를 만나다.

데조로 2010. 5. 21. 21:10

비가 많이 내리는 날

무료하기도 하고, 어떤 일엔가 반전을 시키고 싶은 욕구가 스멀거렸다.

마침, 저녁에 영화를 보자는 메시지를 받고 지인들과 같이 만난 [하녀].

1960년 김기영 작인 '하녀'를 리메이크 한다고 해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데다, 전도연의 복귀작, 칸 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 등으로 관객들의 입방아에 오른 영화라 주저없이 찾았던 [하녀].

또한 임상수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 "전도연만큼 날 만족시켜주는 배우는 없었다"라고 언급한 것도 내가 영화 [하녀]를 기다렸던 이유다.

 

 

 

 

이혼을 하고 부잣집에 하녀로 들어간 은이역의 전도연, 부잣집 가장인 훈이역의 이정재, 둘째를 임신한  해라역의 서우, 또 다른 늙은 하녀 병식역의 윤여정이 이끌어가는 [하녀]는 지루한 느낌이 많았다.

에로티시즘이나 스릴러를 생각하고 영화관에 갔던 사람들은 잠이 오기도 한 영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날 주인집의 별장에 동행하게 된 은이의 방에 찾아온 훈.

격렬한 육체적 관계를 한 후 욕망을 채운 두 사람의 행복한 미소 뒤에 위험한 미래가 엿보였다.

 

 

사랑도 돈으로 해결하려는 훈이의 사고방식이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듯 씁쓸했던 이유는?  

이혼을 하고 어려운 세파를 건너왔음에도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은이는 욕망은 뒤로 한 채 하녀의 본업에 충실한다.

하얀 블라우스에 검정 치마의 메이드룩이 슬프게 보였던 것도 이용만 당하고 말거란 결말을 미리 아는 까닭에 왠지 슬퍼보였다.

돈보다 사랑이 중요했던, 그리고 본능적인 욕망에 충실햇던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되고, 임신을 한 은이에게 가해지는 해라와 해라 어머니의 몰염치한 가해 행동은 생뚱맞기도 했다.

어머니가 은이를 일부러 밀쳐서 잉태된 아이를 사산시키려 했으나 미수에 그치자 해라는 은이가 먹는 보약과 같은 또 다른 약을 마련한다. 그것에는  아이를 사산시키는 성분을 넣었고, 그 사실을 모르는 은이는 맛있게, 아이를 지키려는 마음으로 꼭꼭 챙겨먹는다. 

그러나 태아를 죽음으로 내모는 약을 먹었다는 사실에 절규하며 복수를 꿈꾸는 은이.

주인집 사람들 중에 유일하게 은이를 따랐던 6살 나미가 눈에 밟히지만 사랑을, 아이를 돈으로 바꾸며, 자신들의 체면과 욕구 충족에 급급한가진자들을 향한 은이의 복수는 차라리 시원했다. 그러나 그 복수가 샹들리에에 끈을 달아 목을 매고, 바로 불에 타는 끔찍한 행동으로 이어진 내용은 황당한 코메디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대 저택에서 행해지는 화려한 식탁 문화,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 하녀들의 일사분란한 프로페셔니즘, 건조한 가정문화, 그리고 하나같이 멋있게 출연하는 탄탄한 근육남의 퍼레이드, 미래가 훤히 보이는 줄거리. 어느 것 하나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윤여정의 무뚝뚝한 듯한 실감난 연기, 전도연의 이중적인 연기모습, 이정재의 멋진 몸매 등은 화면을 가득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나

영화는 목마름을 해갈시켜주지 못했다.

칸 영화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영화 [하녀]같은 임상수 스타일이라는데......

 

밖으로 나오니 비는 개었으나 마음은 영 찝찝했다.

비라도 엄청나게 많이 내렸으면 그런 마음을 씻기라도 했을텐데...... 아쉽다.

이런 날은 비라도 흠뻑 맞으며 집에까지 뛰어가고 싶은데 용기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