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만나다(영화 火車를 보고) 본문
일본 스릴러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火車>를 늦은 밤 보았다.
이선균(장문호), 김민희(강선영) 주연에 멋있는 변영주 감독의 2012년 작이다.
결혼을 한 달 앞두고 시댁에 인사 차 가게된 휴게소에서 갑자기 없어진 강선영.
그녀를 찾기 위해 수의사 장문호는 실종 신고를 내지만 경찰의 무관심한 태도에 분개하여 전직 경찰인 사촌형 김종근(조성하 역)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인물을 수사하고 탐문하면서 속속들이 드러나는 강선영의 행태에 놀라면서도 사랑의 안타까움에 몸서리치는 장문호의 로맨틱한 사랑이 너무 쓸쓸하게 다가왔다.
어머니는 사망하고, 아버지가 행불상태인데 과거 아버지의 빚에 사채를 쓰게 된 차경선(강선영의 본래 이름)은 술집 종업원으로, 이혼한 경력이 있는 여인으로, 출산 경험이 있지만 아이가 죽어버리는..... 수없이 파헤쳐지는 그녀의 바닥 인생과 영화의 전개가 묘하게 어우러져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찾아 죽이고, 철저하게 그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중적인 여인.
아직 충분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서 사랑이 그립기는 하나 사랑을 받고 주는 것에 낯설어하는 여인.
끝없이 범행을 계획하며 늘 불안감에 휩싸여 사는 여인.
그녀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빛깔일까?
한 여인을 향한 지고지순한 장문호의 사랑이 실제로도 가능한 안전 장치일 수 있을까?
쫓기던 중에 철로로 떨어져 자살하는 강선영을 향해 절규하는 장문호를 보며 어떤 역경에서도 변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에 할 말을 잃었다.
火車란 일본 만담에 나오는 내용으로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을 향해 달리는 불수레(火車)로, 한번 타면 절대로 내릴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무분별하게 쓰는 카드와 사채 등을 사회문제와 연관지어 풀어내고 있는 영화에 추리와 스릴러가 잘 믹싱되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야했다.
장문호의 프로포즈를 받고 독백처럼 쏟아낸 '과연 그럴 수 있을까?'라고 했던 강선영의 가슴에 화살처럼 꽂혔을 다양한 아픔들이 오버랩되어 다가왔다.
요즘 나의 일상에 확신이 서지 않는 일이 많아지면서 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니.....
이 영화처럼 연기력으로 승부하고, 내용이 좋은 영화가 많이 등장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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