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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수 없는 욕망 (마담 뺑덕을 보고)

데조로 2014. 10. 5. 16:21

3일간의 연휴에 영화목록 1위에 놓고 '마담뺑덕'을 보러갔다.

정우성의 기럭지도 좋지만 나이드니 로맨스가 좋아진다. ㅎㅎㅎ

임필성 감독, 정우성, 이솜 주연으로 심청전을 재해석한 영화였는데 오롯이 인간의 욕망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불미스런 일로 지방의 교육원 강사로 내려온 교수이자 소설가심학규(정우성)를 우연히 마주한 매표소 직원 덕이(이솜)는 젠틀한 심학규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꽃비가 내리는 봄날임에도 학규는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고 놀이공원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잠깐 스쳤던 덕이를 만난다.

청각장애인 엄마를 모시고 단출한 가정을 이끌고 있는 순수한 덕이는 도회적인 외모와 지적인 이미지의 심학규에게 빠져들고, 그녀의 관심이 싫지 않은 심학규는 본능에 충실한다.

얄궂게 심학규의 복직과 맞물려 임신이 된 덕이.

유부남이란 사실을 알고도 사랑의 굴렁쇠를 쥐고 만 덕이는 학규의 안내대로 낙태수술을 하고, 그를 보내지만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학규를 보러 대학으로 향한다.

돈봉투를 들고 와서 미안하다는 말로 덕이와의 사랑을 갈무리하려는 학규를 향해 절규할 즈음 덕이 집은 전소되고 어머니도 하늘나라로 떠나게 된다.

복수를 꿈꾸는 덕이.

그런 줄도 모르고 소설의 인기 상승으로 경제적인 부까지 거머쥔 학규는 제어장치 없이 수많은 여성들을 상대로 욕망을 채우며 나락으로 빠져든다.

덕이는 서울로 올라와 아내를 잃고 청(박소영)을 키우는 학규에게 접근하여 신뢰를 미끼로 서서히 복수를 하면서 눈을 더 멀게 하고, 학규의 딸 청이를 노인의 성노리개로 일본으로 보낸다.

운 좋게 청이는 돈 많은 노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덕이에게 복수하는 반전이 벌어지나 다소 허무맹랑한 스토리때문에 몰입도는 현저히 저조해졌다.

결국 덕이의 눈이 멀어지고, 학규는 시력 회복을 하나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덕이를 사랑으로 보듬는 내용으로 영화는 막을 내렸으나 어쩐지 찝찝했다.

다만 시대를 초월하여 욕망이라는 단어는 인간사의 가장 중요한 화두라는 메시지 전달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춘향전을 각색한 방자전과 달라 관람을 후회할 정도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