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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를 만나다.

데조로 2012. 10. 21. 22:12

추석 전날 전화가 왔었다.

순천에 도착했으니 만나자는 제자의 전화.

시댁에 있었던터라 다음에 만나자 했는데 또 전화가 왔다.

시간을 꼭 내주라는 간절함을 더해서.

 

사실, 그 전에도 가끔씩 전화가 왔던 아이다.

31살,

이제 대학원에 합격했다해서 도대체 공부를 어떻게 하길래 대학원에 이제야 합격했냐며 핀잔(?)을 줬던 아이.

 

그 아이는 나로도 작은 섬에서 만났던 아이다.

내가 2학년 담임을 하고, 그 아이는 3학년. 교과시간만 만났던 아이인데 유독 나를 따랐던 기억이 있다.

공부를 특별히 잘했던 아이가 아니라서 비평준화지역인 순천의 고교에서 다소 등급이 낮은 학교에 진학을 했다.

그러다가 서울에 있는 전문대를 6개월 다니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받아 다시 수능에 도전하여 지방에 있는 국립대 낮은 과에 합격을 했다.

이를 악물고 공부하여 소위 말하는 좋은 과로 전과를 했고,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여 연대 세브란스에서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한 후 대학원 준비를 한 모양이다.

 

그 아이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하여 나를 찾은 것이다.

그 아이에겐 내가 자신의 멘토라고 했다.

특별히 해준 것도 없는데......

돈이 없어서 고시원과 대학의 동아리방에서 지내며 대학원 준비를 했다는 아이.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일반 대학원에 합격을 못한다고 마음 가짐을 새롭게하라며 잔소리만 했다.

 

공부하느라 퀭한 눈,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이 참으로 안쓰러웠다.

고기를 맛있게 먹으며 선생님의 치아는 죽을 때까지 책임지겠다는 아이.

 

자신처럼 똑똑하지 않아도 열심히 노력하면 해낼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아이.

내년에 입학기간까지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작은 방이라도 얻어야겠다는 아이.

 

어렵게 공부한만큼 그가 바라는 멋진 치과의사가 되겠다는 그 아이는 나를 주려고 책을 한 권 사왔다며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내민다.

 

주인공인 의사 이라부가 다섯 명의 환자들에게 능동적인 힘을 부여해주니 그들은 하나 둘 치유된다.

자신을 지키고 추스리는 존재는 결국 자기 자신 밖에 없다는 내용인데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와 닮아서 내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 아이에게 많은 축복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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