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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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여유

넋두리(1)

데조로 2005. 9. 4. 16:42

어제 동생이 이사를 왔다.

자매들이 대부분 친정 주위에서 생활하는데, 넷째인 동생만 먼 곳에서 어렵게 생활하여 무척 안쓰러웠는데, 동생이 이사를 온다니 마음이 설레었다.

 

그 동생은 우리 가족들에게 특별한 아이다.

5녀 1남의 형제자매들 때문에 제 꿈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걷는 아이라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궁핍한 결혼 생활로 언니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얼굴이 예쁜 동생은 처녀때 많은 이들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다.

그 중에는 요즘 말로 잘 나간다는 전문직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녀는 필이 통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며 지금의 제낭을 만나 결혼을 했다.

가난한 집안의 장남, 특별히 내놓을만한 조건과 능력은 없었지만 마음이 착하고 선하여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가져온 가난의 굴레는 쉬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불같은 성격이 나와 닮은 꼴이라 많이 부딪힌다.

 

토요일.

직장 일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가서 이삿짐 정리를 도왔다.

그러나 이른 새벽부터 일한 까닭에 힘든 일은 대부분 마무리짓고 있어 크게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남편을 두고 혼자 가서 도우미 역할을 하려니 갑자기 서글퍼졌다.

친정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시댁은 먼 곳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정 식구들과 부대끼는 일이 많은데, 남편은 그것이 버거운 모양이다.

같이 가자는 소리를 하지 않길래 혼자 일하고 돌아오니, 능청스럽게 잘 다녀왔냐고 인사를 한다.

가슴 밑바닥부터 번지는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어 아무말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특별히 아끼는 처제가 가까운 곳에 이사를 왔음에도 불구하고, 할 일도 없이 컴퓨터 유영만 하면서 무작정 싫다는 남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물론 처가가 가까이 있어 남편도 힘들었을 생각은 한다.

그래서 어지간한 일은 남편에게 스트레스를 줄까싶어 혼자서 해결하는 일이 많다.

친정에서도 남편 성격을 어느 정도 아는 까닭에 둘째 딸인 우리 가족에게 신세를 지지 않으려고 최대한 배려(?)를 한다.

그러다보니 언니 내외가 힘든 일을 많이 도맡아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딸의 입장으로서는 남편이 좀더 적극적으로, 힘들어도 힘들다하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이는 과묵한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희망 사항이 생긴다. 과욕일까?

 

행복은 셀프라고 했던가?

이 세상 사람 누가 행복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가끔은 셀프도 하기싫을 때가 있다.

아니 그 셀프를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밤이 깊어갈수록 더해지는 통증에 몸서리치며 내 생을 달빛에 널어두고 많은 상념을 퍼올렸다. 해답도 없는.......

하기야 마른 풀잎이 푸석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슬픔을 먼저 앓는 사람이 달빛에 널어 둔 내 삶이 얼마나 건조했을라고.....

스스로 위무하며 하루를 잘라먹는 일과가 빨리 희석되기를 바라지만 예상하건데 오래오래 내 목을 죄어 올 것 같아 두렵다.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종일 회색빛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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