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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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여유

마음이 이쁜 사람

데조로 2005. 9. 8. 11:24

어제는 아는 사람의 생일이 있어 몇 사람이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 맞는 사람끼리 갖는 자리는 언제나 웃음꽃이 핀다.

그래서 즐겁고, 그런 에너지원이 일상을 꿰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고....

 

화두는 '칭찬'이었다.

딱히 좋은 일을 하지 않더라도 대화, 즉 의사소통만 잘해도 플러스 알파가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주변에 있는 한 사람을 도마 위에 올렸다.

그 사람은 자주 부대끼지는 않지만 만나면 즐겁고, 기분좋은 사람이다.

흔히 말하는 방송용 멘트인줄 알면서도 즐거운 이유는 말을 이쁘게 해서 상대방을 유쾌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대화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며, 그날 하루 일과를 가져와 또 설전을 벌이는데, 동석한 사람이 본인도 칭찬받을 일을 했다며 들려준 이야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난 후 산책을 하는데, 제법 소슬한 공기 탓에 사색을 즐기며 걸었다.

이런저런 사념을 나름대로 즐기며 걷고 있는데, 지렁이 한 마리가 여기저기 상처가 난 상태로 건조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살짝 건드려보니 살아있다는 신호를 했다.

그래서 지렁이를 그늘진 곳으로 옮겨놨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풀을 뜯어 덮어두려고 했으나 풀에 손을 대는 순간 풀이 아파하는 것 같아 주변의 낙엽을 주워다 지렁이를 살짝 덮어두었다."

 

아!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가끔씩 내 마음의 상처가 났다거나 심하게 우울할 때 한번씩 눈길주던 그 대상을 지인은 그렇게 세심한 배려의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구나.

언젠가 그 지인이 본인은 차를 몰고 아직 도로가 개설되어 있지 않는 공터를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했던걸 기억했다. 무지막지하게 풀을 죽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며.....

새삼 그 사람의 얼굴을 주시했다.

평소와 같은 모습인데 경외감이 들었다.

 

분명 그런 마음을 품고사는 사람은 일상 속에서도 선한 일과를 치루어낼 것이라 생각하니 믿음이 더해졌다.

이 가을.

자연은 제 몸에 간직한 모든 정열을 한꺼번에 쏟아놓는다.

그런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 즐거움만 생각하지 말고, 나도 환경을 보전하고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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