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두 여자, 불일폭포를 가다 본문
[2005년 9월 25일에 본 불일폭포]
일요일 아침,
억새로 유명한 천관산을 등산하기로 하고 장비를 채비하고 있는데, 같이 간다던 지인이 못간다는 연락을 해와 하는 수 없이 쌍계사 불일폭포로 향했다.
가깝기도 했지만 무리없이 갈 수 있는 거리여서....
가을이라 누렇게 익어가는 벼와 양순한 코스모스의 몸짓, 그리고 간간이 보이는 꽃무릇의 잔치는 여행을 설레게 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둘이만 가는 여행이라 그동안에 못다한 온갖 수다를 떠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쌍계사는 벚꽃이 만개했을 때 자주 찾아가는 곳이라 아직 단풍이 들지 않는 철에는 다소 생경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쌍계사는 지리산 남쪽 자락에 있는 절로 신라 성덕왕 22년(723년) 삼법화상이 창건한 절로 많은 문화재를 거느리고 있는 아름다운 절이다.
들어가는 초입에 상사화가 많았지만 용천사, 불갑사, 선운사 만큼 많지 않았고, 그 화려한 꽃수명을 다하고 은행의 야릇한 냄새에 묻혀 초라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지는 상사화를 보니 꼭 우리들 모습 같아서 서운한 맘이 고여왔다.
그러나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고요한 사찰의 모습을 감상하는 좋은 계기로 위로하였다.
불일폭포는 쌍계사에서 약 2㎞, 1시간 남짓 산을 오르면 된다는 안내 표지판을 보고 뚜벅뚜벅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돌 무더기와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한 난코스와 군데군데 호흡을 조절해야하는 곳이 많았다.
중간에 동행한 친구가 가져온 배와 밤을 먹어선지 오르는 길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최치원이 학을 타고 이동했다는 바위 앞에서는 기이한 전설에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가져오는 불교적 요소에 그들의 불심을 믿기로 했다.
한참을 올랐을까?
하늘이 보이길래 목적지에 다 오른줄 알았더니 초가지붕으로 된 불일폭포 휴게소였다.
그곳은 여행객의 양심에 따라 간단한 음료와 과자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감자전을 판매했지만 다소 든든한 포만감에 우리는 다시 위태로운 절벽길을 300여m 걸어야 했다.
지리산 팔경의 하나라고 하는 불일폭포는 높이가 60m로 웅장한 물줄기가 장관이며 겨울이면 거대한 물기둥이 꽁꽁 얼어붙어 산악인들의 빙벽 훈련장으로도 애용된다는 곳인데, 아뿔싸!!!
그 모양이 에로스적인 여인네의 몸짓이었다.
그러고 보니 대학때 다녀간 적이 있었는데,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다시 또 올랐던 내 무지여~~~~
예전에는 폭포 아래 옹기종기 모여앉아 발도 담그고 그랬는데, 오염을 막자는 의도였는지, 오래도록 보존하려는 의도였는지 작은 인조전망대를 만들어 그 웅장한 물줄기를 쐬어보지 못하도록 접근을 막고 있어서 서운했다.
그러나 그 광대한 물줄기가 용이 승천하면서 꼬리를 흔들어 만들어졌다는 말이며, 보조국사 지눌의 불심에 감탄하여 임금님이 하사하였다는 칭호의 유래에 맞는 아름다운 전설이 오래오래 화개 골목을 감동시켰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았다.
화개에서 쌍계사 입구까지 화개천을 따라 펼쳐지는 10리 벚꽃길의 그 화사한 웃음을 상상하며 순천으로 향하다 섬진강의 도도한 물결에 심취해 우리는 또 한번 드라이브를 정지하고, 그 물살을 다 보듬고 재충전하여 순천으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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