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아!!! 피아골의 단풍처럼 붉어질 수 있다면.... 본문

여행 스케치

아!!! 피아골의 단풍처럼 붉어질 수 있다면....

데조로 2005. 11. 6. 20:35

매년 있는 문학회 행사인데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조계산을 오르는 문학기행이었지만 몸이 좋지 않아 포기하고 있었는데, 산장을 빌린다고 해서 동행한다고 했더니 문학회 고문이 직접 픽업하러 왔다.

그러나 지리산 피아골로 여행지를 바꿨다며 운전대를 잡고 씽씽거리는 회원에게 내려달라고 말하기가 거북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가게 된 문학기행.

구례를 지나 피아골로 들어서니 비는 그치고, 햇살을 받은 단풍이 도열하며 맞이하였다.

피아골의 붉은 단풍은 이미 알고 있었고, 몇 번의 경험을 한 곳이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으니....

 

 

 

                                  [아!!! 나도 저렇게 붉어질 수 있다면.....]

 

피아골을 오르면서 회원들의 감탄사는 끊이지 않았고, 그 감탄사에 부응이라도 하듯 바람결에 낙엽비가 하염없이 내렸다.

어떤 이는 낙엽을 주워 눈싸움을 하듯 던지고, 어떤 이는 낙엽 위에 앉아 사색하는 몸짓으로 가을 속을 유영하였다.

나는 몸이 불편한 회장과 함께 "산 아래 첫 집"이라는 식당까지 차를 타고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아!

건강하지 못한 지금의 상황이 나를 얼마나 슬프게 하고, 우울하게 만드는지...

발길을 옮길 때마다 덕지덕지 묻어 나오는 이 한스러움....

새삼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먼저 오른 우리는 파전에 더덕 동동주를 마시며 걸어오는 일행을 기다려 맛있는 산채 비빔밥을 먹었다.

특히 목기에 먹음직스럽게 담아내는 맛깔스런 음식은 혀끝을 자극했고, 그곳에서 직접 마련한 산나물의 독특한 맛은 그 곳이 아니면 먹을 수 없을 만큼의 미각으로 우리를 유혹했다.

 

 

 

            [각종 산나물과 더덕 동동주, 그리고 산채 비빔밥의 그 알싸한 맛]

 

다들 입으로 들어간지, 코로 들어간지 모를 정도의 맛에 취해 맘껏 먹고는 피아골 구름다리까지 오른다며 떠나고 나는 혼자서 피아골을 내려왔다.

나름대로의 목적을 가지고 내려온 길이었지만 그 목적이 어긋나고부터는 혼자서 터벅터벅 내려오는데 무척 다리가 아팠다.

등산을 갈 차림새가 아니어서 발가락도 아프고, 몸도 피곤하고... 

그러나 얻은 것은 나만의 상념을 제법 많이 빚어 내었다는 것이다.

예쁜 풍경을 찾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도 혼자 내려오며 건진 것들이고, 지체된 차량 속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왜, 혼자서 돌아다니냐며 궁금해 하기도 했다.

한참을 내려가도 차량을 파킹한 곳이 보이지 않아 SOS를 청했다.

그대로는 쓰러질 것 같기도 하고...

 

혼자 앉아서 화관을 만들었다.

들국화라고 하는 구절초가 군락을 이루어 피었고, 그 옆에는 강아지풀이 건조한 채 바람결에 나부끼고 있었다.

강아지풀에 구절초를 엮고, 단풍잎도 주워서 끼워 화관을 만들어 일행을 기다렸다.

여자 회원들은 화관을 쓰고 한 컷씩 찍고, 구절초를 들고 가을 신부처럼 또 한 컷씩 찍고....

 

                                     [화관을 쓰고 한 컷]

 

여행 길라잡이라고 해도 될 김 시인이 이끄는대로 우리는 지리산 임도를 따라 그 높은 지리산을 굽이굽이 돌았다.

처음 가보는 길인데 너무 낭만적이었고, 피아골의 형체를 낱낱이 살펴볼 수 있는 고산지대라 감성이 새로웠다.

 

 

            [지리산을 굽이굽이 돌아 고산지대에서 바라본 피아골의 한 자락]

 

피아골에서 내려와 곧바로 구례를 경유하여 집으로 올 것을 기대한 우리는 또 다시 김시인이 가는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섬진강 줄기를 따라 하동에서 광양 다압으로, 다압에서 진월로, 진월에서 다시 망덕 포구를 지나 순천으로 향하는 대장정을 거쳐야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경계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의 저녁 풍경]

 

그리하여 예정보다 훨씬 늦은 시각인 오후 6시쯤 순천에 도착했더니, 온 몸이 지쳐 저녁 식사를 할 수 없어 혼자 다시 집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

아마 회원들은 지금쯤 거나한 2차를 즐기며 행복한 여행담을 나누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