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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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스케치

전통의 숨결이 배어있는 국립민속국악원

데조로 2005. 10. 14. 16:17

 

남원에 있는 국립민속국악원으로 체험학습을 갔다.

남원 광한루나 천변에서 오리보트를 타는 것은 가끔 있어왔지만 민속국악원의 프로그램을 보니 정말 체험해보면 좋을 것 같아 아이들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국립민속국악원은 생활 양식의 변화로 인해 사라져 간 전통 민속 음악을 호흡하고 느끼며 새로운 음악 문화의 창조를 위해 1992년에 개원한 문화공간이다.

남원시 어현동 관광단지 내 지하 1층, 지상 3층, 4327평의 부지에 832석의 공연장 및 교육연습시설, 사무동이 갖추어진 2486평의 신청사는 전통민속음악의 활성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에 충분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어수선하게 떠들고 있자 연출가는 악사들로 하여금 전통악기의 소리를 내보도록 권유했다.

거문고, 가야금, 아쟁, 피리 등의 소리를 직접 들으면서 참으로 신비하고 아름다운 소리는 모두 전통악기에 있는 듯했다.

뒤이어 춘향전 창극을 보았다.

창극은 판소리에 연극이 가미된 것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가지도록 했다.

특히 해설을 맡은 도창의 굵직한 소리에 맞춰 등장한 연기자들의 노래와 춤사위는 보는 이들을 꿈속으로 안내했다.

 

                                                 [창극 춘향전 공연 중에서]

 

한복의 우아한 미와 절묘한 색감의 조화, 하늘거리는 듯 보여주는 넓은 치마폭에 언뜻언뜻 보이는 곡선미가 더해져서 시선을 압도했다.

창극에서 부채를 사용하는 것은 판소리에서 왔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창극에서건 판소리에서건 부채는 님이 되었다가 사물이 되는 다용도의 물질로 사용되고 있어서 굉장히 경제적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일본의 가부끼에서는 70세의 할아버지가 16세의 소녀로 변장하여 공연을 하는 것에 비하면 남녀가 제대로 나와서 공연하는 창극이 훨씬 맛깔나지 않느냐며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연출가의 입술은 어느새 멋진 미학으로 살아 숨쉬고 있었다.

 

창극을 보고 나서 국악 전시관으로 향하여 우리 민속음악에 쓰이는 여러가지 악기들을 구경하고 , 우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에서 팽이 돌리기, 투호놀이, 사물놀이 등을 하나하나 해보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재미가 없는지 먹을 것만 찾아 다녔다.

어리석고 귀여운 녀석들....

 

 

                                           [전통 민속 악기 체험 공간]

 

 

                                                   [ 춘향 테마파크 초입]

 

두번째로 이동한 곳은 춘향 테마파크였다.

초입부터 춘향전을 알리는 홍보 문구와 그림들로 가득했다.

대나무를 형상화한 조명 시설과 야외 에스컬레이터가 인상적인 테마파크에 향토 박물관이 자리를 떡 버티고 서 있었다.

남원의 역사뿐만 아니라 선조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는데 특히 목기를 이용한 상차림 앞에서는 한참이나 서성였다.

 

 

                                           [향토 박물관에서 한 컷]

 

그 그림을 한 컷 찍으려고 노력했으나 어느 유치원에서 왔는지 꼬마 손님들의 행렬이 쉽게 멈출 것 같지 않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야외로 나와 춘향이가 되어 그네를 타고, 이도령과 춘향이가 사랑을 맹세했다는 맹약의 단에 살며시 손을 넣고 나 혼자 맹세도 해보고, 키재기를 하며 뿜어대는 사각 분수대 앞에서는 소박하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넋을 놓고 보았다.

 

 

 

                           [이도령과 성춘향이 사랑을 맹세했다는 맹약의 단]

 

 

                                     [물기둥이 더위를 식히고 있는 테마파크]

 

 

 

                                                [아이들이 그네뛰는 장면]

 

모처럼 야외로 나오니 기분이 좋았지만 아픈 몸이 걱정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 내내 통증으로 쉬이 잠들지 못했다.

편하게 쉬라고 하는데, 성격상 어디 붙박이처럼 있지를 못해 늘 안 좋은 기억들을 보듬어야 하는 .....

아침부터 병원에 들렀지만 여전히 상복부 통증이 심하다.

앞으로는 무모함(?) 보다는 컨디션을 살피고 행동하는 성숙한 여자가 되어야겠다.

아주 늦은 후회지만....

 

반만년의 역사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있는 음악은 사람들의 삶 속에 체화되어 또다른 빛깔로 자리하고 있다. 그 자리에 멋과 풍류를 가미한 아름다움이 숨쉬고 있으니 언제 시간을 내어 그 멋있는 소리꾼들의 창과 재능을 만끽하러 가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