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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스케치

바다와 어우러진 사찰, 해동 용궁사

데조로 2006. 1. 4. 11:01

다솔사, 통도사를 거쳐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에 자리한 해동 용궁사에 들렀다.
해동 용궁사는 1376년 공민왕(恭民王)의 왕사(王師)였던 나옹화상(懶翁和尙)의 창건으로 한국삼대음성지(三大觀聖地)의 한 곳이며 바다와 용과 관음대불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특이한 사찰이다.

 

다른 절과 달리 동양 철학의 육십갑자 십이지상이 봉안되어 있고, 풍광을 찬탄한 춘원 이광수의 시비와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라고 노래한 나웅화상의 싯귀와 군데군데 새겨진 법구경은 잠시 자신을 되돌아보게하는 시간을 허락해주었다.

 

 


용문석굴을 지나기 전 득남불의 볼록한 배에 손을 갖다대며 잉태의 꿈(?)을 꾸기도 하며 108돌계단을 내려갔다.

석등군의 군집(?)과 검푸른 바다, 그리고 절묘한 해안을 그대로 배경으로 한 대웅전이 몸체를 드러내자 모두 경이로운 사찰의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것은 고풍스런 것이 아니라 자본이 합류된 현대식 건물이었으며, 인위적인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오히려 뛰어난 풍광을 다운시키고 있는 듯 했다.

제일 먼저 해가 뜬다는 일출암에 들러 늦었지만 소원을 빌었다.

빌어도 빌어도 돌기처럼 솟아난 소원은 왜이리 많은지.....

 

 

 

아직까지도 사찰을 키우는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으나 해변가에 멋진 그림으로 자리한 것 자체만으로 볼거리는 충분했다.

그러나 어쩐지 불교문화의 확장을 눈으로 보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에 불편함이 쌓이었다.

현몽을 가지면 어떠한 것이라도 이룰 수 있다는 다소 위압적인 문구나 기원하면 반드시 소원이 이뤄져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절이라는 말, 그리고 교통안전을 위한 거대한 불상 앞에서 피식 웃음이 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나만이 갖는 노파심일까?

오는 내내 아름다움에 캡쳐되어오는 의구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