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도심에서 만난 바닷가 본문
맘에 맞는 지인들끼리 1박 2일로 여행을 갔다.
목적지는 부산....
대도시에서 무얼 보겠다고 간 것일까라고 의문을 던지면 뭐라 할 말이 없지만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기도 하고, 도심 속에 자리한 바닷가 모래밭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싶은 맘이 간절해서......
다솔사, 통도사를 여행하고 오면서 양산을 빠져나오느라 1시간이 소요되었다.
네비게이션을 믿고 떠났는데 업그레이드를 시키지 않아서 낭패를 봤으니, 이것을 어디에 하소연해야할지....
광안대교 근처 횟집에서 근사한 모듬회를 먹었다.
도로에서 지체한 까닭에 오후 4시가 되어 점심을 먹었는데, 그것이 곧 점심 겸 저녁이 되어 버렸다.
저녁이 되자 점등된 광안대교의 몸체는 한 폭의 그림처럼 너무 아름다웠다.
광안대교 백사장에 앉아서 이런저런 토론을 할려고 했으나 모두들 분위기에 취해 술을 한 두잔 해버려 포기하고 대리운전으로 우리는 한화 콘도에 도착했다.
깜깜하여 멋있다는 주변 경관은 보이지 않았다.
대충 씻고 달맞이 고개로 라이브를 감상하러 갔다.
촌놈들이 무더기로 모여 이름있는 가수들의 라이브를 감상할 설레임으로 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느 곳에서도 라이브를 하지 않았다.
성화가 난 사람들 중에 누군가 나이트를 가자고 말했고,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일행은 나이트로 향했다.
아!!
나이 들었다고 나이트 입장이 되지 않으니, 30-40대 전용 나이트를 가라고 조언을 해준다.
세월 가는 것도 서러운데 내 돈 내고 들어가지 못한 곳이 있었으니.....
하는 수 없이 기사 아저씨가 일러준대로 우리는 그곳을 찾아갔다.
동안에 쌓인 것이 많았음인지, 노는 것에 익숙했음인지, 분위기 탓인지 사람들은 모두들 흥에 겨워 그 상황을 즐겼다.
그러나 나는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자리만 지키다가 몇 분 나가서 춤을 추는 시늉만 하고 들어왔다.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연수라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인위적인 친목보다는 무언가 메시지 있는 어우러짐이 필요했다.
해운대 바닷가로 자리를 옮겨서 흩어지는 포말을 보며 노래도 부르고, 나~ 잡아봐라 하는 70년대 영화 모션을 따라 해보다가 편을 갈라 놀이를 했다.
닭 싸움, 꼬리 잡기, 신발 멀리 던지기 등을 하며 오기를 부려보고, 오랜만에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여느 곳에서 해보지 못한 추억 놀이를 부산 해운대에서 배꼽이 빠지는 줄도 모르고 흠뻑 젖어 즐겼으니....
자정이 가까워오니 춥기도 하고, 다른 공간이 그리워져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조개구이를 먹어볼 요량으로 모래밭을 거니는데 낯익은 기타 음이 울렸다.
가까이 가서 보니 거리의 가수였다.
통키타 하나를 두고 노래를 부르고, 관객은 그에 준하는(?) 요금을 적당히 상자에 넣는.....
김광석, 안치환 등의 노래를 맹맹한 콧소리로 부르는 가수 지망생은 춥지도 않은지....
일행들은 하나같이 따라서 노랠 부르고, 필을 받은 지인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라이브를 감상하지 못한 한을 해운대에서 끝내 풀었으니 우리들은 행운아였다.
다음 날 송정 해수욕장을 거쳐 짚불 곰장어를 먹으러 기장으로 향했다.
매스컴을 통해서 많이 보아왔던 풍경을 직접 목격하고 싶었으나 매스컴과는 달리 철판을 아궁이에 올려놓고, 그 밑에서 짚을 태워 곰장어를 익히고 있었다.
거멓게 그을린 곰장어의 껍질을 벗기니 다소 징그러운 허연 곰장어의 모습이 나타난다.
먹어보니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그러나 양념 곰장어의 맛에 비할 수는 없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정력에 좋다며 맛있게 먹고....
순천으로 돌아오는 길은 온통 잠에 취한 사람들 뿐이다.
이틀간 먹고 마시고 노느라 잠이 부족한 탓에 반성할 겨를도 없이 순천에 도착해서 오늘까지 수면제를 먹은 사람마냥 잠에 취해있으니....
여행이란 비타민과 같다고 한다.
내 인생에 보이지 않는 지침이 될 수도 있고,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영양소와 같으니 많이 섭취해주면 분명 건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이번 방학은 원없이 여행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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