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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방

어린이 글짓기 심사 후기

데조로 2006. 5. 23. 11:52

어린이날을 즈음하여 매년 LG Caltex 정유에서 주관하는 어린이 글짓기 대회가 있다.

13번째 이뤄지는 올 해는 5월 14일날 각각 서울 여의도(환경 그림그리기 대회)와 여수 거북공원(글짓기 대회)에서 개최되었으니.....

 

심사위원에 위촉되어 거북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즐거움이 동반된다.

무성한 신록의 풍경도 좋지만 지인들끼리 오며가며 나누는 그 수다의 즐거움, 그리고 아이들의 글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뒷풀이 등등..

 

작년에는 약 4,000여명이 재능을 겨뤘지만 올 해는 5,600여명이 저마다의 끼를 뽐내는 잔치였다.

심사하기 전에 유휴 시간이 생겨 공원을 산책하는데 하얀 우산(LG에서 준 선물) 아래서 글을 쓰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경스럽고 귀여웠다.

특히 하얀 색과 연푸른 잎사귀의 조화, 그리고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가 잘 어우러져 그 어떤 그림보다 신선하고 아름다웠으니.....

모처럼 만난 여수 문인협회 회원들과 순천 문인협회 회원들의 걸쭉한 입담도 한 몫을 하여 시간 내내 유쾌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다.

 

 

이른 점심을 먹고 아이들의 글감을 보았다.

매번 느낀 것이지만 아이들의 글감을 읽으면서 많이 퇴색해버린 내 감성이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그들의 따뜻한 시각과 표현에 늘 압도 당한다.

그래서 정갈한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하건만, 현장에 서면 꼭 그날의 다짐이 무너져버렸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다.

 

 

작년엔 동생과 함께 꽃길을 걷다가 동생이 없어져 뒤를 돌아보았더니 동생이 꽃이 되어 있었다라고 쓴 초등 3학년의 시가 대상이었다.

올 해는 작년만큼 수준작이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쓴 글이라지만 부모의 손끝이 글감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도저히 아이들의 발상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글감은 오히려 그 대회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하는 의구심도 생기고....

치열한 의견을 나누고 하나 둘 작품이 선정되었다.

"내년에는 어떤 빛깔의 옷을 입은 아이들이 찾아와줄까?"

심사위원들은 훗날을 기약하며 사진 한 장으로 추억을 남겼으니.....

 

6명의 심사위원들은 오는 길에 와온의 일몰을 보러 갔다.

까페에 들러 다슬기 수제비로 요기를 채우고, 방파제를 걸으며 한 여류 작가의 노래도 듣고, 사진을 열심히 찍은 화가 선생님의 요구에 우리는 온갖 포즈를 취하며 하루를 소비했다.

 

 

 

와온 해변에 바람소리가 거셌지만 그 바람소리에 실려온 아름다운 소리는 오래오래 우리들의 가슴속에 울림으로 남아 있으리라.

 

* 촬영하여 파일을 보내준 안개나루 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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