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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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방

엄마에게 보낸 편지

데조로 2006. 10. 27. 08:47

어제 저녁 아들이 내게 편지를 한 통 주고 간다.

반드시 답장을 해야한다는 단서를 남긴 채 .....

무슨 꿍꿍이 속이 있어설까?

받아들고 반가움보다는 불안함이 먼저 앞선 것은 요즘 그녀석과 나의 팽팽한 줄다리기 때문이리라.

 

 


  존경하는 어머니 보세요.

후부터 내린 비 탓인지 제법 쌀쌀한 밤입니다.

순천만 갈대제 행사의 일부를 진행하시느라 피곤했던지 어머니는 지금 꿈나라에 계시는데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요?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보니 무척 편안해 보입니다.


  얼마 전에 낮게 나온 성적으로 인해 고민하고 있을 때 등을 토닥여주시며

“너무 상심하지 마라. 기회는 많으니”라며 말씀해 주실 때 저는 사실 부끄러웠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싶어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어머니가 퇴근하기 전에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많이 했답니다.

시험이 다가와도 그 게임의 유혹은 쉽게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시험 결과는 당연한 것인지 모릅니다.

이런 아들을 보면서 실망하셨죠?

어머니! 

저는 이번 시험 결과를 통해 많은 것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한 번만 더 믿어주시면 안 될까요?


  언젠가 어머니가 [거대한 뿌리]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하며 저를 달래준 적이 있지요?

‘키가 크나 작으나 하늘에 닿지 않는 것은 똑같다.’는 구절로 마음 다독여주실 때 저는 좌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풍부한 독서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내 자신의 삶을 살찌우기로 했답니다.


  이해심이 많아서 뚱뚱해진(?) 우리 엄마!

저는 가끔 행복한 아이인 것 같아 혼자 살짝 미소를 지어보기도 합니다.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가는 저를 위해 즐기면서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스트레스가 얼마나 사람을 병들게 한지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는 모습에서 아들을 사랑하는 깊이를 아는데.......


  저는, 어머니의 아침 출근이 바쁜데도 늦잠을 자고, 동생을 수시로 괴롭혔으니..... 그런 아들의 행동에 이제 마침표를 찍고 싶습니다. 어머니에게 감히 약속 할 수 있으니 지켜봐 주세요.


  아직은 어려서 많은 것을 돕지 못하지만 우리 가족의 행복과 미래의 주역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멋진 아들이 되고 싶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주세요. 어머니!!!!!


2006. 10. 26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 아들 준영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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