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본문
며칠 전에 아이가 전해 준 편지는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지은 죄가 있어서 직접적으로는 말하지 못하고, 편지를 써서 답을 받기 위한 방법으로 과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이었으니.....
국어선생님이 교지에 쓸 편지글을 아들에게 부탁했고, 고민하던 아이는 갑자기 엄마에게 편지를 쓴 것이었다.
허나 답 글을 안 할 수도 없는 것이 국어 선생님과는 잘 아는 처지라는 것이다.
이런저런 상념 끝에 보낸 편지글이다.
존재만으로도 듬직한 내 아들에게
온 몸으로 가을을 채색한 들녘은 너와 내가 처음 만난 날처럼 황홀하고 아름답다.
가을이 저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게 된 것은 수많은 인내의 강을 건너왔기 때문일거야.
자연은 이렇듯 우리 생활의 올곧은 지침을 늘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러주는 길잡이란 생각이 든다.
아마 우리 아들의 미래도 저렇지 않을까 싶어 벌써 설렘이 일렁이는데 준영이는 지금 어떤 색깔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사춘기를 앓고 있는 言行을 보면서 아직 청소년이란 사실을 실감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우리 아들이 듬직하게 보인단다.
엄마가 힘들 때 오히려 엄마를 위로해 주는 것이나 친구들, 선생님들을 배려하는 모습에서는 어엿한 청년의 모습도 보이니 엄마는 행복할 수 밖에.....
엄마가 이런저런 사회활동으로 바빠 다른 엄마처럼 세세한 손길을 주지 못해도 항상 바쁜 엄마를 이해하는 것이나 스스로 준비물을 챙겨갈 줄 아는 우리 아들 준영이.......
이런 멋진 아들이 엄마를 침울하게 하는 한 가지는 바로 성적에 대한 네 태도란다.
시험에 너무 매달리며 초조해하는 것이나 평가의 결과에 의기소침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면 해.
평상시 모습 그대로 시험에 임하고,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면 안 될까?
큰 목표를 달성한 선인들을 보면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면서 이뤄낸 경우가 더 많더라.
조금 넓게 세상을 보는 안목을 가지면 어떨까?
엄마는 시험 성적이 좋은 아들 보다 인성이 착한 고운 아들이기를 더 바란다면 조금 위로가 되겠니?
내 아들 준영아 !
깊은 강물은 낮은 곳에서 조용히 흐를 뿐 소리를 내지 않는단다.
작은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며, 큰 물살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담대함이 있기를 소원해.
더불어 작은 것에도 조용히 귀 기울일 수 있는 여유도 있으면 더 좋겠지.
아들!
엄마가 욕심이 너무 많은 거니?
엄마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내 아이도 저렇겠지?’라며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이해하려는 폭이 더 넓어짐을 느낀다.
이것은 준영이가 내게 준 귀한 선물이야.
오늘도 선물을 이쁘게 만들려고 엄마는 노력한단다.
우리 아들도 건강하고 멋있는 꿈을 향해 아름다운 발걸음 내딛기를......
2006. 10월의 끄트머리에서
준영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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