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광목 커튼에 매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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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여유

출근 길 스케치

데조로 2005. 12. 5. 09:39

어제 첫 눈이 내렸다.

남부지방이라 좀처럼 함박눈을 경험하기 어려운데, 눈은 왜 그리도 이쁘게 내리는지....

바람도 장단을 맞추느라 리듬을 타며 내린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랠겸 지인과 순천만 일대로 드라이브를 하고 집에서 추운 몸을 녹이고 있는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김 시인은 나들이 가자고, 친구는 술 한 잔하자고.....

눈이 오니까 센치해진 마음을 공유하고 싶어 불러주는 사람들....

그러나 아이들과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자고 약속해둔 터라 외출을 하지 못했다.

지인들한테는 미안했지만.....

 

아침, 출근을 하려고 차 상태와 도로를 살피니 직장에 잘 갈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그러나 마땅한 교통 수단이 생각나지 않아 무작정 끌고 나왔다.

집에서 1분을 지났을까?

바퀴가 휭 돌아 핸들에 있는대로 힘을 주며 백미러로 주변을 살피니 다행히 차는 없었다.

이마에 땀이 고여왔다.

휴~~~

좀처럼 눈이 오지 않는 곳이라 눈 쌓인 빙판길을 운전하는 것은 모험이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일.....

빙판으로 변한 도로 위는 파킹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빽빽하게 들어선 자동차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조회가 있는 월요일인데.....

어제의 낭만적인 눈이 백색 경계령으로 둔갑하여 주체하기 힘든 노동을 강요해 왔다.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신호일까?

라디오와 CD 플레이어를 번갈아가며 볼륨을 높여도 다운된 기분은 업되지 않았다.

아~~~ 이런 상황에 기름까지 바닥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하필 이런 날 기름까지 속을 썩이는.....

가다가 멈춰버리면 어떻게 하나하는 조바심까지 한 몫을 하고 있었다. 

30분 거리를 1시간 30분에 걸쳐 도착한 직장.

광양에서 출근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걱정했다며 한 마디씩 건넸고, 나는 사지에서 탈출한 사람처럼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온 몸이 뻐근하다.

너무 신경을 많이 쓴 탓일 것이다.

모닝 커피를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순천 출근 팀이 하나 둘 도착한다.

 

돌아가는 길은 우릴 괴롭혔던 눈이 녹아서 씽씽거리며 달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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